국가기간산업 손대는 MBK…씨앤엠 실패 사례 재조명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 산업생태계에 위협

손예성 기자 2024.12.12 10:28:56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최근 재계의 핫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MBK의 곽거 경영실패 사례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보호 등을 내세우며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2.2조원을 들여 인수한 케이블TV 씨앤엠(C&M) 사례를 거론하며 MBK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MBK가 과거 씨앤엠 인수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와 함께 노조 탄압으로 시끄러웠던 만큼 고려아연 인수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MBK는 지난 2008년 씨앤엠을 인수하며 국내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했다. MBK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사 간 상생까지 내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AS와 설비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다.

 

특히 고용 유지 기간 3년이 끝난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이 진행됐고,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씨앤엠은 하청 업체와 노사 상생 및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협의하고, 당시 대표가 직접 서명까지 했으나, 이 약속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폐기됐다. 이후 AS 하청 노동자들은 업무 진행에 필요한 설비 자재비와 기름값 등을 모두 개인이 충당하는 등 열악한 고용 조건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에 해당하는 109명이 해고됐다. 사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용 절감 차원으로 보고 있다. 씨앤엠 노조는 수개월에 걸친 파업과 집회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끝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같은 고강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MBK의 씨앤엠 매각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MBK가 씨앤엠 인수와 운영을 위해 만든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사실상 디폴트 상황에까지 몰렸고, 결국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씨앤엠은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가 악화됐다.


이 때문에 국가기간산업이자 씨앤엠보다 규모가 수십배 큰 고려아연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비용합리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이 발생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며칠 간이라도 파업이 발생하면 적게는 몇 주에서 한 달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등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전후방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MBK처럼 단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경영할 경우 관련 산업 생태계까지 교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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