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꿈이 희망에게 묻다”…현대백화점 ‘이탈리아 동화작가展’ 가보니

손정호 기자 2024.12.12 09:29:32

현대백화점 판교점 5~6층은 ‘동화 속 나라’
대형 전시장에 이탈리아 작가 책·그림 즐비
어린이들 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동화 작가 파비안 네그린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현대백화점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세계적인 동화 작가 파비안 네그린의 개인전을 열고 있어 주목된다.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CNB뉴스가 지난 5일 이곳을 방문해 동심(童心) 속으로 들어가봤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에 내려 조금 걷다 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 5층으로 올라가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하얀색 네온싸인으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 입구다. 그 앞 작은 입간판에 파비안 네그린 작가의 전시(내년 3월23일까지)를 알리는 포스터 ‘Adventure Beyond Childhood’가 붙어 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 중인 동화책과 굿즈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보인다. 맞은편에 있는 프론트데스크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5층부터 6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화 작가 파비안 네그린의 개인전 ‘Adventure Beyond Childhood’. (사진=손정호 기자)

5층 전시장 앞에는 주인공인 파비안 네그린의 사진과 설명글이 있었다. 그는 196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멕시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탈리아로 이주해 여러 잡지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고 한다.

파비안 네그린은 1995년 ‘셀 수 있는 남자’라는 첫 동화책을 발표하고, 그림 형제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같은 유명 동화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행운을 빌어’로 이탈리아 최우수 그림상 등을 받은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설레었다.

전시는 ‘모험으로 가득한 옛 이야기(Adventure)’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Beyond)’ ‘어린이의 용감한 성장 이야기(Childhood)’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그의 그림책 ‘동화 알파벳’에 대한 오마주를 바탕으로 A, B, C 순으로 테마를 잡았다.

 

파비안 네그린 개인전에 다양한 동화책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이곳에서는 그림 형제의 모든 작품을 수록하고 파비안 네그린이 24점의 그림을 그린 ‘모든 동화’, 서양 고전 동화 속 주인공을 알파벳 순서로 정리하고 삽화를 담은 ‘동화 알파벳’ 책을 살펴볼 수 있다. 작은 선반 위에 그림책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로 그림만 액자에 담아 걸어놓았다.

‘빨간 모자’를 재해석한 ‘천사가 된 늑대’, ‘옛날 옛적에 한 사냥꾼이 있었습니다’ ‘독수리의 집은 어디에 있나요’ 등의 책과 그림도 천천히 훑어볼 수 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미술관을 찾은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알파벳 카드 맞추기, 종이에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이다. 전시와 체험 공간을 하나로 합쳐서 그림책의 주요 독자인 어린이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 깊었다.

 


상상이 현실로…마법 같은 동화의 세계



이번에는 6층으로 가봤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둥그스름한 원형 계단을 따라 6층으로 올라가면, 파비안 네그린의 그림책 전시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도 5층처럼 세 가지 테마로 그의 동화책과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156편에 21점의 그림을 실은 ‘동화와 이야기’,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이야기에 그가 삽화를 넣은 ‘지우파와 석고 조각상’ 동화책, 액자에 담긴 그림들이 자리해 있다.

요한 볼프강 괴테의 시에서 시작해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마법사의 제자’, ‘신화 세계를 매혹시킨 이야기’, ‘해골 나라에 간 프리다와 디에고’ 등 다채로운 책과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종이에 수채화와 템페라를 이용해 그린 그의 원화를 평면 유리 진열장에 넣어 놓기도 했는데,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마법에 걸린 미니 빗자루 만들기, 그림책 감상하고 글과 그림 남기기, 용감한 어린이 표지 모델 사진 찍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수지 작가의 ‘춤을 추었어’ 전시. (사진=손정호 기자)

이외에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는 안데르센상, 볼로냐 라가치상 등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춤을 추었어’ 전시(내년 1월 12일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 전시 공간의 벽에 걸리거나 바닥에 놓여 있는 그림, 애니메이션과 인터뷰 영상, 현대카드의 NFT 플랫폼 콘크릿과 협업한 디지털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이런 전시를 마련한 이유는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기업철학을 갖고 방학 중 학습지원 사업인 가꿈, 어린이 식사 지원 사업 가온, 보호종료 아동 지원 사업 꿈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 유망주와 청각 장애 아동 등도 후원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뉴스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2015년에 처음 설립된 이후에 정기적으로 다양한 동화책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도 그런 연장선에서 기획해 개최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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