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尹의 마지막 승부수…최후 로드맵은 ‘탄핵→부정선거 규명→복귀’

도기천 기자 2024.12.11 12:15:27

여론 기울자 ‘하야’ 대신 스스로 ‘탄핵’ 택해
탄핵 될 경우 인용까지 3~4개월 시간 벌어
헌재 상대로 ‘계엄 정당성’ 주장하며 총력전
계엄 논리로 ‘부정선거 진상규명’ 밀어붙일듯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정문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진=도기천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전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탄핵 또는 하야)을 요구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자신은 조기 하야보다 차라리 스스로 탄핵 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11일 현재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 전언과 계엄령 선포의 배경, 계엄을 주도한 군 장성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는 ‘탄핵을 통한 법적 대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애초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이 더이상 탄핵을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된 데 따른 차선책으로 풀이된다.

앞서 탄핵을 막기 위해 당소속 의원들을 추동하고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는데 앞장섰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임했으며, 이후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에 이어 조경태·배현진 의원 등이 단일대오 이탈을 선언했다. 김상욱 의원은 10일 “나에게 탄핵소추안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이 최소 10여명 있다”고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은 사실상 확보된 상태다. 범야권 정당들의 의석수 192석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자, 대통령실은 11일 윤 대통령이 하야보다는 탄핵소추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 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내년 2월 하야-4월 대선’, ‘내년 3월 하야-5월 대선’ 두 가지 방안으로 확정한데 대한 답변 성격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시민들이 여의도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매서운 겨울 강바람을 뚫고 서강대교 위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을 택한 배경에는 헌재에서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다투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 TF가 제시한 하야 로드맵이 탄핵 보다 시점이 빠르다는 점도 작용했다. 통상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재가 이를 인용(판결) 하는데까지 3~4개월 걸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탄핵안이 통과돼 이듬해 3월에 헌재에서 대통령직 파면 선고를 내렸다.

이번에는 헌재 재판관을 추가로 선임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더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원래 9인 체제인 헌재는 현재 국회 몫 3명이 공석인 상태로 6인 체제에 불과하다. 재판관 수를 맞추기 위해 3인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마지막 믿는 구석은 극우 유튜버?



윤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번 시간을 계엄령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쏟아부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유력한 가설이 ‘부정선거론’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이 국회보다 먼저 도달한 곳이 선거관리위원회다.

계엄군은 과천 선관위 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관리국은 선거정보 등과 관련된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4·10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 단체들로부터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계엄의 목적이 일부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는 데 맞춰져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중앙선관위에 정보사 병력 영관급 10여 명을 투입하라는 지시를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문 사령관은 이러한 지시를 비상계엄 당일인 3일 오전 10∼11시 사이에 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당시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거나 그대로 들고 나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은 국회에서 “여 사령관이 저에게 구두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앞뒤 상황을 종합해볼 때,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사용할 마지막 카드는 ‘부정선거 의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부정을 밝히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과 연계해 계엄군의 국회 침탈 등 위헌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의 하나 극우세력의 주장처럼 부정선거 증거가 일부라도 확보된다면, 해당 증거로 총선 무효를 주장하면서 불법당선된 국회의원들이 탄핵가결 시킨 건 위법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불법 계엄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사진=연합뉴스)

물론 이런 주장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우리나라 선거관리시스템은 외부 인터넷과 분리된 에어갭 방식이라 외부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직접적인 선거 사무는 각 시군구 선관위에서 하기 때문이다.

계엄령 선포 직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윤 대통령)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며 “이번에 쿠데타 세력이 선관위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마 자기들이 가서 선관위에 있는 데이터 같은 것을 어설프게 조작해놓고 ‘봐라. 부정선거다’ 이러면서 역공작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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