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로 가나…법조계 원로들, 대법관 증원론 ‘백가쟁명’

대법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찬반 입장 엇갈려

심원섭 기자 2025.12.12 11:44:19

11일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맨왼쪽)을 비롯해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중앙), 김선수 전 대법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범여권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대법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개혁안의 핵심인 ‘대법관 증원’ 문제를 놓고 법조계 원로들은 벡가젱명(많은 학자 등이 각기 자기의 주장을 펴고 논쟁하는 일)식 의견들이 엇갈렸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1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3일차 공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지낸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대표적 진보 성향 법조인이자 참여정부 사법개혁 작업을 이끌었던 김선수 전 대법관,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한 박은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 법조계 원로들이 참석해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공청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이날 ‘100분 토론’에서 우선 문 전 대행은 “상고심사제와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을 전제로 총 8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해야 한다”면서 “개정안 시행 1년 뒤에 대법관 4명을 늘리고, 시행 3년 뒤에 4명을 추가해 소부는 현행 3개에서 4개 체제로 전환하고 연합부 2개, 상고심사부 1개를 두는 등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행은 “상고심사부에서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상고 불수리 결정으로 본안에 회부되는 사건 수를 줄일 수 있어 이를 통해 대법원의 법률심 기능을 강화하고,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3년 뒤면 열리는 총선을 통해 야당도 사법부 구성에 관여할 기회를 주는 게 제도의 수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11일 법조계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가 열리렸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사법시험 27회 수석 합격자였던 김선수 전 대법관은 앞서 지난 6월 법률신문 기고를 통해 대법관 증원에 대해 “상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 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당 TF안인 대법관 12명 증원 방안에 찬성한다”고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입장에서는 주심 사건 수가 절반으로 감소하므로 지금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13명으로 구성되는) 연합부에서도 현재 전합보다 적극적으로 판례 변경 등을 통해 법령 해석의 통일을 기하는 기능도 강화될 수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전 대법관은 증원 시기와 관련해서도 “장기간에 걸쳐 증원하면 과도기적 상태 지속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 있어 향후 3년에 걸쳐 4명씩 증원하는 민주당 안에 찬성한다”면서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22명의 대법관이 임명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모든) 대통령이 평균 21.6명을 임명하게 돼 이는 평균적인 수치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증원과 하급심 강화는 배치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공청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이 ‘투입할 수 있는 공적 자원이 100이라면 대법관 증원을 통한 상고심 역량 강화와 하급심 강화 중 어떻게 배분하는 게 좋겠느냐’고 질문하자 “계량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으나 두가지 방향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입장이 달라진 배경이 무엇이나’는 거듭된 질문에 “과거에 12명 증원안도 제시했는데 증원 반대 부분만 강조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이화여대 법학과 교수 출신으로,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 전 권익위원장은 “상고제 개편의 근본적 대책은 하급심 강화”라고 강조하면서 “주요국들이 상고 제한 제도를 두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선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가. 그 이유는 결국 하급심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대법관 수를 늘린다면 점진적으로 소부 1개에 해당하는, 상고심사부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로 우선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하급심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시 22회 수석 합격 후 판사 생활을 하다 변호사로 나섰던 조재연 전 대법관은 “심리불속행이든 상고 심사든 일정 방식으로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을 거르지 않으면 대법원의 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전 대법관은 다만 과거 상고를 제한하는 방식의 상고허가제가 국민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점을 언급하면서 “현재 소송법 체계에 따라 상고이유서만으로 상고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본안 전 심사를 통해 판단하고 해당하지 않는다면 상고기각 결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법관은 “단기간 내 많은 대법관을 증원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 대부분 전문가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대법관 증원을 한다면 4명, 1개 소부 정도 하면서 효과를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논의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제시하는 등 나머지 토론자들은 대법관 수를 늘리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거나, 증원하더라도 4명 수준이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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