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함께한 기업②] 삼성이 먼저 알아봤다? ‘호암상’이 한강에게 말한 것

손정호 기자 2024.11.13 09:39:17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뜻을 잇는 호암상
‘인재제일’·‘사회공익’ 정신 기리며 제정
호암재단,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토대 돼
이재용 회장 직접 참석해 격려, 개인 기부도

 

한강 작가가 올해 5월 말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예술상을 수상하고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호암재단 유튜브 영상 캡처)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른바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서점에서 그녀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문학계는 물론 전국민적 문학 붐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CNB뉴스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음으로양으로 기여한 기업들을 연재한다. 두 번째 편은 한강 소설가를 먼저 알아보고 호암상을 수여한 삼성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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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호암상으로 한강 작가를 격려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발판을 놓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 호암재단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호암상 예술상 수상자인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워놓고 있다. 이 팝업창에 있는 ‘소개 영상 보기’ 문구를 클릭하면, 호암재단 공식 유튜브 계정에 있는 시상식 영상으로 연결된다.

 

삼성 호암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호암재단 홈페이지 팝업창. (사진=호암재단 홈페이지 캡처)

이 유튜브 영상에는 올해 5월 3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 장면이 담겨 있다. 사회자의 소개에 이어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편집 영상이 나온다. 199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고,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내용이 소개된다.

한강 작가는 검은색 상의를 입고 꽃 모양 브로치를 달고 연단에 올랐다. 그녀는 “글을 쓰는 사람이 혼자 걸어가는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언어는 우리를 연결해주는 실”이라며 “내면적인 글을 쓰는 사람도 언어를 사용하는 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소설가가 하얀색 옷을 입고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호암재단 유튜브 영상 캡처)

한 작가는 “올해는 첫 소설을 발표한지 30년째가 되는 해로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신비하게 느껴진다”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걸어가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상식 영상에서는 그녀의 아버지이자 중견 소설가인 한승원 씨가 하얀색 옷을 입고 참석해 딸의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시상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예술상을 받은 한강 작가,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물리·수학 부문, 공학상, 의학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삼성의 오랜 예술존중 전통 실천



삼성이 한강 작가를 먼저 알아봤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호암상 예술상을 받은지 4개월 뒤인 10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호암재단은 한강 작가에 대해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들을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작법으로 처리해 미적 승화의 수준까지 이끌어낸 이 시대 최고의 한국 소설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상 이유는 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한림원의 평가와 유사하다. 한림원은 그녀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제일 왼쪽)이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호암재단)

삼성이 한 작가에게 호암상을 수여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의 토대를 만든 이유는 창립자의 뜻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삼성 호암상은 199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人材第一)’과 ‘사회공익(社會公益)’ 정신을 기리며 제정했다.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루어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선정해오고 있다.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 공학, 의학, 사회공헌 등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올해 제34회 시상까지 총 176명에게 343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특히 예술상 부문에서는 그동안에도 많은 문학인들을 호명했다. 신경숙, 이청준, 박완서, 이문열, 박경리 소설가, 김혜순, 황동규, 신경림 시인이 이 상을 받았다. 영화 분야에서는 봉준호, 임권택 감독, 음악 파트에서 조성진, 백건우 피아니스트,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미술 부분에서 이불, 서도호, 김수자, 이우환, 백남준 작가를 선정한 바 있다.

삼성문화재단도 다양한 문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에 리움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 사운즈S, 경기도 용인에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며 매년 다양한 주제의 전시와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은 현지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는 야스나야 폴랴나상을 만들어서 문화 사랑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가(家) 3세로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선대의 뜻을 이어 호암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수상자와 가족들을 격려했다. 2021년에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 기초를 강화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과학상을 2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또한 이 회장은 삼성 호암상을 운영하고 학술과 연구 사업 등을 지원하는 호암재단에 2021년부터 3년 동안 개인적으로 기부를 했다. 2021년 4억원, 2022년 2억원, 지난해 2억원을 기부하며 그 토대를 탄탄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CNB뉴스에 “창업주의 뜻을 이어 호암상 예술상을 오랫동안 수여해오고 있으며 톨스토이문학상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 분야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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