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검사에게 퇴정명령 "왜"...‘이재명 수사 검사’ 재판서 쫓겨나

성남FC 재판부 “J모 검사, 이중 직무대리 권한 남용으로 퇴정 명령”…공판 파행

심원섭 기자 2024.11.12 11:43:24

사상 초유의 재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법정에 출석한 주임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하는 일이 일어나 그 배경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가 법정에 출석한 주임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 그 배경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공판에서 재판장은 성남지청 소속이 아닌 검사들이 번갈아 가면서 '1일짜리 직무대리'로 공판에 ‘꼼수’로 참석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허용구)는 11일 성남FC 의혹 관련 피고인 7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를 심리하던 도중 관할 검찰청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 J모 검사가 과거 해당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공판에 참여하는 건 위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퇴정 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검찰 측이 일동 퇴장하며 법원과 검찰이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허용구 부장판사는 “J모 검사는 부산지검 소속인데도 매달 성남지청 또는 서울중앙지검에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검찰청법 제5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사의 직무관할에 관한 검찰청법 5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J모 검사는 원래 성남지청에 근무하면서 성남FC 의혹 수사를 담당하다가 지난 2022년 9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 전 직원과 두산건설 전 대표를 기소한 뒤 지난해 2월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났으나 작년 9월부터 성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직무대리 검사로 파견돼 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성남FC 의혹 중 ‘제3자 뇌물죄’ 혐의 부분을 이송받아 작년 3월 이 대표를 기소한 바 있다.

이에 허 부장판사는 “검사의 이중 직무대리 발령이 법률상 가능하다 해도 그 요건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면서 “검찰 주장대로 이 사건(성남FC 의혹)의 증거량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이를 다룰 검사가 필요한데 1일 직무대리 발령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J모 검사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자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면서 “즉각 이의 신청하고 재판부 기피도 신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결국 나머지 검사들과 집단으로 퇴정하는 등 즉각 반발하자 허 부장판사는 “검사들이 모두 퇴정해 오늘 재판을 연기한다”며 1시간이 안 돼 재판을 끝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그동안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주요 사건의 공소 유지를 하려면 수사 검사의 근무에 대한 연속성이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 인사로 인해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 관행처럼 내려왔다. 검찰근무규칙 4조에도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 간에 그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허 부장판사는 J모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을 “검찰근무규칙 4조 남용으로 검찰 측은 관행이라지만 관행이 불법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면서 “J모 검사에게 직무대리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부연해 공소유지란 실효성을 떠나 과도한 법령 해석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시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가 검사에게 퇴정을 명령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드문 일로서 지난 2019년 12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재판부가 불허하면서 검찰과 갈등이 생겨 검사에게 퇴정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제 퇴정 명령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허 부장판사의 퇴정 명령에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J검사에 대한 고발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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