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문자 5번 '읽씹' 사실로 드러나...원문 공개 후폭풍

심원섭 기자 2024.07.09 12:11:33

김건희, 문자 원문 5건 전격 공개…“모두 제 불찰” 읍소

‘읽씹’의 발단은 작년 12월 ‘김건희 명품백 특검’ 논란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당정 갈등이 커지던 지난 1월에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에게 5차례에 걸쳐 보낸 문자메시지 원문을 8일 한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가 공개한 첫번째 문자의 발송일은 자신의 명품백 수수 동영상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던 지난 1월 15일이다. 

김 여사는 첫 문자메시지에서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면서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에서 김 여사가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라고 말한 대목은 당시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에 ‘김건희 특검법’ 문제로 갈등이 있었음을 유추하게 했으며, 김 여사는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다. 한 번만 브이(윤 대통령)와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런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김 여사는 같은 날 보낸 두 번째 문자에서도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죄송하다”라고 ‘자책’ 하기도했다.

이후 이틀 뒤인 17일에 당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된 데 이어. 다음날인 18일에는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명품백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여사는 19일 보낸 세 번째 문자메시지에서 “김경율 회계사의 극단적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라는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다”면서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만번 사과하고 싶다”라고 거듭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이라며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고 적었다.

그리고 김 여사는 한 후보가 대통령실로부터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1월 21일 이틀 뒤인 23일 네 번째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면서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고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고 한 후보를 ‘동지’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제가 너무도 잘못한 사건이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며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다”고 거듭 ‘사과’ 의사를 밝혔다.

김 여사는 1월 25일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에서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이 상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큰마음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적었다.

그리고 김 여사는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조만간 두 분이 식사라도 하며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여사의 5차례에 걸친 문자메시지에 대해 한 후보는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한 후보는 공적 채널을 통해 ‘당정 간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사적 소통은 부적합하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 원문이 공개되면서 친윤계(친윤석열) 인사들은 “한 후보가 명확히 ‘사과 의사’를 밝힌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프레임을 앞세우는 등 공방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족)과 김건희 여사가 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지난 1월 15∼25일 다섯 차레에 걸쳐 보낸 문자메시지 전문이다.

▲2024년 1월 15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부탁드려요.

▲2024년 1월 15일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19일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2024년 1월 25일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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