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은 왜 격노했나...여야, 채상병 사건 '진실공방'

심원섭 기자 2024.07.02 11:43:11

여야, 운영위서 ‘채상병 사건 본질’ 두고 ‘진실 게임’

“박정훈 항명이 사건 본질” vs “尹 격노가 은폐의 시작”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와 용산 대통령실이 1일 국회 본청에셔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으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두고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추궁하며 대통령실과의 연결 고리를 적극 부각 시키는 데 주력한 반면, 용산 참모진은 “대통령 격노설은 들은 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이 또 ‘채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재차 행사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회의에서 답변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격노설’에 대해 “격노설·진노설을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 실장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은 국방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도 “야당만의 추천으로 이뤄진 특검 임명 절차는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로서 당연히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 실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면 옥상옥의 모양을 피할 수 없다”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뒤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4일 이전에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실장은 대통령실의 수사외압 의혹에 관해서는 “전언의 전언을 통해서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이지 실체적 증거가 없다”면서 “이에 반해 항명 부분은 (박정훈 수사단장이) 직속상관인 장관의 정당한 명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 대령이) 기소되지 않았느냐. 항명 사건은 명확하게 실체와 증거가 나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면서 기자들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정 실장을 비롯해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을 상대로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기록이 보도된 대통령실 유선 전화 ‘02-800-7070’ 사용 주체를 캐물으며 “수사외압 의혹의 진원지인 대통령 격노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 대령도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렸던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분명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을 들었다”면서 “한 사람의 격노로 이 모든 게 꼬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고 윤 대통령을 책망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화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대한민국에서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대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채 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외압이 윤 대통령의 ‘격노’로부터 비롯됐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입법 청문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킨 바 있다.

물론, 대통령의 ‘격노’가 그 자체로 위법 행위는 아니지만,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들이 박 대령의 수사 결과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동기’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아오면서 사건 초기에는 박 대령만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군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화상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대답을 회피하는 등 끝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처럼 ‘채상병 사건 본질’을 둘러싸고 윤 대통령과 이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대통령실과 군 인사들 간의 집중적인 통화 내역 등 외압 정황들이 공개되고,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특검법 찬성론이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박정훈의 항명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특검법 방어에 나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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