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A3’을 뒤집으면 ‘전기차 EV9’
글자의 반전처럼 다른인생 체험
입단 계약서 쓰자 선수 된 기분
순발력·집중력 키우는 훈련 진행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팝업스토어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의도한 전복이다. 이름도, 현실 세계도 뒤집었다.
기아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의 긴 이름에는 암호 같은 문자가 있다. ‘기아 e스포츠 팝업스토어 : 지구 6A3’ 중 마지막 단어, ‘6A3’이다. 짐짓 난해한 ‘6A3’은 사실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도 그 탄생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이 회사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을 180도 회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만 삐뚜름하게 만들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름을 볼 때부터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 팝업스토어는 줄곧 엉뚱하다. ‘내가 프로게이머가 된다면’이란 전제로 출발한다. 자취방처럼 꾸민 ‘섹션 1 : 현실 세계’로 발을 딛는 순간 안내 직원이 명확하게 권유를 한다. “디플러스 기아(기아의 후원 게임단)의 여섯 번째 멤버가 되어보세요!” 다음 방으로 건너가는 순간, ‘나’의 세계는 닫히고 ‘선수’라는 부캐(부 캐릭터)가 생성된다.
‘섹션 2 : 프로게이머가 되는 길’은 “훈련은 실전처럼”이란 군대식 경구를 상기시킨다. 실제 프로게이머가 손을 풀 때 한다는 디지털 게임과 체육활동처럼 몸을 움직이며 순발력과 집중력을 기르는 아날로그 게임이 섞여 있다.
행동파라면 몸 쓰는 프로그램이 흥미로울 것이다. 공을 던져 위아래로 움직이는 풍선을 맞히거나 원판을 밀어 바닥에 그려진 원에 넣는 게임을 하다보면 이마에 금세 땀방울이 맺힌다.
정적이나,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도 땀을 유발한다. 예컨대 마음 속 카운트다운의 정확도를 시험하는 종목이 그렇다. 버튼을 누르면 등 뒤에서 숫자가 올라간다. 딱 10초에 버튼을 다시 누르면 대성공. 살짝 못 미치는 범위에서 눌러도 성공이긴 하나 어쨌든 적중률은 높지 않다. 방문객들은 큰 오차를 두고 번번이 실패한다. 시간은 저마다 달리 흘러가기 때문에 모두에게 같은 10초란 없는 것이다.
이어지는 단계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화면에서 바뀌는 색을 빠르게 감지해 클릭하거나 주어진 문장을 신속히 치는 게임은 반응 속도와 기민한 손놀림을 동시에 테스트한다.
고된 훈련 중에 희소식이 찾아온다. 선수 입단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간이다. 서류에 이름, 닉네임, 계약 체결일을 수기로 직접 적는다. 그 자리서 즉석 사진을 찍어 붙이면 절차는 끝. 계약서에는 제법 그럴싸한 세부 사항이 적혀 있다. 앞으로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라거나 게임단에 적극 협조하라는.
가정(假定)은 ‘섹션 3 : 1군 프로게이머의 길’에 이르러 사실화 된다. 이제 프로게이머가 됐다. 워낙 유명인이어서 자동차 광고를 찍고 신문에 대서특필도 된다. 두 장면은 포토존으로 구현된 세트장에서 기록해 남길 수 있다. 이곳에서 ‘디플러스 기아’ 유니폼을 빌려 받아 입고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상상은 종료된다.
e스포츠에 진심…아시안게임 후원사로도 참여
체험을 모두 마치고 팝업스토어를 나오면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자동차 회사와 프로게이머는 어떻게 서로 연관 검색어가 됐을까. 이유는 e스포츠에 진심을 보여 온 기아의 행적에서 찾을 수 있다.
기아는 2019년부터 ‘유럽·중동·아프리카 챔피언십(LEC, 구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럽 리그)’ 지역리그 후원을 비롯해 2021년부터는 ‘디플러스 기아(구 담원 기아)’와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있다.
그 진심은 다가오는 늦여름에 제대로 발현될 예정이다. 오는 9월 개최되는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민국 e스포츠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다채로운 활동을 벌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안게임 결선 기간 중에 국가대표와 함께 제작한 온라인 콘텐츠를 공개하고, 국내 e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하는 SNS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 활동을 선보인다. 이번에 연 ‘기아 e스포츠 팝업스토어 : 지구 6A3’은 그 예고편인 셈이다.
기아 측은 “e스포츠 문화를 응원함과 동시에 팬들이 밖으로 나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이번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분들이 기아라는 브랜드를 즐겁게 체험하면서 친숙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