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5·18 기념사 “영혼 없는 최악의 기념사” 비난 봇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빠지고, 작년 기념사 '재탕'

심원섭 기자 2023.05.19 11:44:48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자신의 대선 공약인 “광주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과 맞서 싸우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야당으로부터 “영혼 없는 맹탕 연설”, “국민 협박”이라는 반발을 샀다.

민주당 호남권 한 중진 의원은 19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한 것은 ‘빈수레만 요란한 기념사’”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신이 공약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일정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언한 기념사 내용이 지난해 제42주년 기념사와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중략) 오월의 정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명령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지난해에는 “오월 정신은 (중략)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다.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다. 오월의 정신은 지금도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광주와 호남이 (중략)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 AI와 첨단 기술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 저와 새 정부는 민주 영령들이 지켜낸 가치를 승화시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올해는 “오월의 정신은 (중략) 광주와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승화되고 완성된다. 저는 (중략) AI와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루어내고, 이러한 성취를 미래세대에게 계승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5·18 유공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시는 분들의 용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는데, 올해는 똑같은 표현이 “오월의 어머니들”에게 쓰였다.

따라서 두 기념사를 비교해보면 ‘인삿말 → 5·18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라는 의미 부여 → 경제적 성취로 계승 → 유가족 등에 감사 인사 → 자유민주주의 다시 강조 → 국민이 광주와 하나 → 끝인사’라는 글의 구성도 닮은 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지난 대선 때 공약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의 5·18 기념식 기념사에 이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기념사 글자수는 지난해 1174지였던 것이 올해는 914자로 더 짧아졌으며, 또한 1980년 광주에서의 최초 발포 명령자 등 5·18과 관련해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진실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광주시민이 오늘 (윤 대통령에게)듣고 싶은 것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겠다’는 말씀이었다”며 “기념사에서 이 말씀이 빠져 있어 광주시민은 허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 시장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이 올해 종료되고 내년은 국가 보고서가 나오는 해임에도 5·18 폄훼와 왜곡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불행한 일의 반복을 종식하기 위해 내년 총선과 함께 원포인트 개헌을 다시 한번 제안드린다”고 당부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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