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비즈] 5월이라 뭐든 좋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놀라운 변신

선명규 기자 2023.05.06 13:10:14

‘가정의 달’에 감행하는 일탈
거대 캐릭터에 퍼레이드까지
한달 간 독특하게 점포 꾸며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 설치된 현대백화점의 자체 캐릭터 '흰디'. 높이 15미터로 등장해 방문객의 눈
길을 끈다. (사진=선명규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이 시작되면서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이 봄에 유독 들뜬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집단 마법에라도 걸린 것일까. 이달 들어 백화점들이 요상해지고 있다. 점포 벽면을 그라피티처럼 칠하고 아파트 5층 높이 강아지를 실내에 욱여넣었다. 어디에서는 놀이공원마냥 퍼레이드도 열린다. ‘가정의 달’ 5월이 낳은 백화점 업계 풍경은 기기묘묘하기까지 하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초대형 '흰디' (사진=선명규 기자)

 


높이만 15미터…압도적인 강아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5층에 올라가자 둥실한 둔부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무람없이 드러낸 하얀 볼기 옆에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신 “귀엽다”고 말하던 이들은 이내 나타난 앞태에도 관심을 가졌다. 뒷모습을 대할 때보다 반응이 컸다. “얼굴이랑 배는 더 깜찍하잖아!”

이름은 흰디. 흰색 강아지가 모티브인 현대백화점의 자체 캐릭터다. 백화점 측이 가정의 달을 맞아 깜짝 변신시켰다. 높이를 15미터로 키운 것.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체구로 등장시켜 방문객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게 만들었다.

이 거구의 강아지는 제자리에서 천천히 돈다. 360도로 회전하며 자신의 동글동글한 몸통을 구석구석 자랑한다.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라는 신호를 그렇게 보낸다. 요즘 이 거대한 흰디를 보러 일부러 찾는 이들이 많다. 지금만큼은, 백화점에서 여느 인기 브랜드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거체의 강아지는 장소를 옮기며 나타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초대형 흰디는 약 한 달간 더현대 서울에 전시되고, 26일 무역센터점 정문으로 이동해 방문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흰디'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구석구석 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작품 속으로 풍덩, 인증샷 유발



고개를 들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가정의 달을 맞아 ‘SUPER HAPPY’ 이벤트를 진행하며 사진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곳이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본점 지하 1층이다. 바닥에 하트, 플라워, 눈 모양 등을 활용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졌다. 유명 일러스트 작가 해티 스튜어트의 그림이다. 카메라 렌즈를 위에 대고 찍으면 내가 그 안에 담긴다. 천장에 대형 거울인 ‘MIRROR SPACE’가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 거울이 깜찍한 작품 사이에 내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해티 스튜어트와 전점(32개점)의 외관과 매장 곳곳을 ‘사진 성지’로 만들었다. 외부에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외벽에 그림을 새기는 등 곳곳을 포토존으로 조성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오는 14일까지 전점의 ‘SUPER HAPPY’ 일러스트와 포토존 등에서 사진을 찍고 개인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가족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경품을 증정한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설치된 'MIRROR SPACE(미러 스페이스)'로 해티 스튜어트의 작품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 (사진=선명규 기자)

 


백화점이 놀이공원? 재미 요소 가득



5월의 일탈은 과감하다. 한시적이나마 백화점이 놀이공원도 된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오는 8일까지 ‘포켓몬 스프링 페스타 2023’을 개최한다. 1000평 규모 잔디광장과 내부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TV 애니메이션 갤러리, ‘피카츄와 함께하는 퍼레이드’, 팝업스토어, 각종 체험 콘텐츠 등 포켓몬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모았다.

신세계백화점은 테마파크 조성에 주안점을 뒀다. 오는 14일까지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옥상 하늘공원에 전기 미니 기차와 회전목마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놀이시설을 설치해 운영한다. 이와 함께 119구급센터, CSI과학수사대, 동물병원 등 다양한 직업체험 부스도 마련한다. 같은 기간 센텀시티점 지하 2층 중앙광장에서는 오락기 30여개를 설치한 가운데 ‘신세계 오락실’을 운영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안팎에 조성된 해티 스튜어트의 포토존과 그림들. 롯데백화점은 전점(32개점)의 외관과 매
장 곳곳을 이 작가의 작품으로 장식했다. (사진=선명규 기자)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29일까지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점포와 아울렛 7개점에서 ‘흰디 비긴즈(HEENDY BEGINS)’ 테마 행사를 진행한다. 점포 내·외부를 익살스러운 표정의 흰디와 하트 그래픽으로 꾸며 방문객을 맞는다.

무역센터점 문화홀에서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흰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인 ‘행복의 순간들’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일러스트 및 회화 작품 6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연다. 이 밖에도 흰디와 친구들의 행진을 볼 수 있는 ‘흰디 하트 퍼레이드’, 포토존인 ‘흰디스 스튜디오’ 및 ‘하트풀 멜로디’ 등을 각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운영한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사실상 해제되고 맞는 첫 가정의 달에 특별한 추억거리를 주고자 신경썼다”며 “백화점 안팎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를 통해 그간 답답했던 마음을 가족과 함께 털길 바란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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