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기아차가 안 팔려, 죽어봐~야 정신 차리지!

파업 이후 제품가격 상승, 품질 저하…또 국민들을 봉으로 여기나?

이진우 기자 2013.09.02 15:09:45

▲이진우 경제부장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말 사측의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며 이달 2일과 3일 추가 파업을 예고한데 이어, 기아차 노조도 이달 들어 3일간 부분파업을 예고하는 등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 사태로 인한 생산손실액만 현대차와 기아차 합산한 금액이 벌써 7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11주간의 휴일 특근거부만으로 1조6000억 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을 감안하면 이미 파업 손실액이 2조 원대를 돌파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면 사상 최대치인 4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며, 협력업체의 손실액 역시 덩달아 늘어나서 도미노 피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최종생산물의 가치로 GDP 통계가 나오는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노조의 요구 사항이 수용되고 그 비용 인상분이 경영합리화 등의 원가절감 과정을 통해 흡수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최종 소비자나 협력업체 등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간의 행태를 감안해 보더라도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현대·기아차 귀족노조의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인한 신규 고용 창출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협력업체들도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신규 고용을 꺼릴 것이다. 즉 고용이 위축됨으로써 소득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소비 위축은 경제순환 과정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한마디로 가뜩이나 경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대차 사측은 기본급을 9만5000원 인상하고, 성과급 ‘350%+500만 원’ 지급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고민한 흔적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제시안을 거부했다. 그리고 오히려 지난 5월 노사가 합의한 바 있는 주말 특근방식을 트집 잡고, 주말 특근의 시간 당 생산 대수를 낮춰 노동 강도를 줄여 달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노조는 곧바로 추가 부분 파업을 결정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만약 회사가 정말로 노조에 대해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국민들도 노조의 파업에 크게 공감하며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귀족노조가 정말로 배가 부른가 보구나!’ 라든지 ‘귀족노조를 넘어 이제는 황제노조가 돼 대물림까지 하고 있다’는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침체는 의외로 심각하다. 최근 수입차가 가격인하와 서비스 강화를 내세우며 국내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경쟁업체들의 약진에 밀리고, 품질문제 등으로 인해 악전고투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의 요구가 수용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 비용이 소비자와 협력업체 등으로 전가되면서 제품가격 상승은 물론 품질 저하 등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과연 누가 현대·기아차를 사줄 것인가? 이제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오직 애국심만으로 국산제품을 사주는 ‘봉’이 아니다. 앞으로는 소비에 있어서도 국산, 외산 가리지 않고 오로지 값싸고 질 좋은 제품만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최근 현대·기아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에도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했다가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07년 1월에 노조 파업의 대가로 성과급 50%를 받기로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받았던 악순환을 거듭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듯한 판매 전략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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