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굿즈 등 ‘나만의 레시피’ 제품과 연계
브랜드 인지도 높이며 매출도 올리는 전략
개개인 소비심리 자극하는 트렌드로 ‘진화’
MZ를 넘어 잘파? 집단보다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세대가 유통가를 흔들고 있다. 웰빙, 가성비, 가치소비, 1인 문화 등이 이들의 주요 키워드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통·식품업계의 뉴노멀을 CNB뉴스가 연속 보도한다. 이번 편은 남들과 동일한 제품을 추구하기보다 나만의 개성과 색깔을 표현하길 원하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해 ‘나노 마케팅’에 나선 식품업계 이야기다. <편집자주>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에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란 말에서 유래됐다. ‘나노 마케팅’은 각자 세분화된 소비 취향을 반영한 판매전략을 뜻한다.
가령 다양한 토핑과 어우러지며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소비자가 선호하는 레시피를 제품화하고,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는 굿즈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각자 개성을 고려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식이다.
실례로 풀무원다논은 좋아하는 토핑과 함께 다양하게 즐기기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다논 ‘그릭 시그니처 설탕 무첨가 플레인 150g’은 우유 유래 당만 함유돼 담백한 맛으로 다채로운 토핑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며, 한 번에 먹기 적당한 용량인 150g으로 간편함까지 더해졌다.
최근 풀무원요거트 그릭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즐겨 먹는 토핑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그릭 시그니처 150g으로 더욱 맛있는 요거트볼을 만들 수 있는 조합들을 제안하고 있다. 꿀, 그래놀라, 제철 과일 등을 활용한 건강하고 든든한 식사 대용 토핑을 중심으로 과자, 마카롱, 초코볼 등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조합까지 다양한 토핑 아이디어를 소개 중이다.
소비자들이 취향껏 즐기던 레시피가 인기를 얻자 정식 제품으로 내놓은 기업도 있다.
농심은 인기 모디슈머 레시피인 투움바 파스타에서 고안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를 봉지면으로 발매했다. 앞서 출시한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이 발매 18일 만에 21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자 봉지면을 요청하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이번 제품을 선보였다.
봉지면으로 출시된 신라면 툼바에는 매운맛 액상스프와 치즈·생크림 맛이 특징인 분말스프가 담겼다.
오리온은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를 만들어 소개하는 ‘내시피족(나의+레시피)’의 아이디어로 재탄생한 ‘찍먹 오!감자 스윗칠리소스맛’을 내놓았다. 단종된 ‘오!감자 딥 스윗칠리맛’이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의 인기 메뉴인 어니언링과 칠리소스 조합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기존 ‘감자그라탕맛’이 ‘어니언맛’으로 바뀌고, “칠리소스와 잘 어울린다”는 소비자 의견이 반영돼 어니언맛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찍먹 ‘스윗칠리소스’를 담았다.
가방, 휴대폰 등을 취향대로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SPC 배스킨라빈스는 키링 브랜드 ‘모남희’와 협업한 ‘미니 피규어 키링’을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통해 한정 판매 중이다.
배스킨라빈스에 따르면, 모남희는 키치한 디자인과 소장 가치가 있는 키링·패키징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미니 피규어 키링은 워크샵 로고가 새겨진 배스킨라빈스 핑크 바지를 입은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나노 마케팅에 힘쏟는 이유는 타인과 똑같은 제품을 소비하기보다 나만의 개성과 색깔을 보여주길 원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의 특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특정 상품에 나만의 레시피를 추가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모디슈머’ ‘내시피족’과 가방, 휴대폰 등을 꾸민다는 뜻의 ‘백꾸’ ‘폰꾸’ 등이 이러한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레시피와 꾸미기 방법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5’ 역시 내년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토핑 경제’를 꼽았다. 토핑 경제란 기성 상품에 창의적인 요소를 더해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소비 트렌드를 가리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고유의 개성을 지닌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 제공이 대세가 된 만큼 ‘나노 마케팅’은 더욱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특정 브랜드에 고객 참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케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관련기사>
[新유통대전①] ‘맛·패키지·콘셉트’…식품업계, ‘스핀오프’ 열풍
[新유통대전②] 불황의 역설? 식품업계 ‘홈쿡’ 열풍
[新유통대전③] 김밥·떡볶이·핫도그…‘K-푸드’ 영토 넓히는 식품업계
[新유통대전④] “알아서 꿀조합 척척”…식품업계 ‘디토 소비’ 바람
[新유통대전⑤] “꽃 필 때 노 젓자”…식품업계, 봄나들이용 간편식 ‘봇물’
[新유통대전⑥] 식품업계 ‘갓생’ 열풍…‘계획→실행’ 돕는 먹거리 봇물
[新유통대전⑦] 쨈·아이스크림까지 ‘제로’…식품업계는 ‘당’과의 전쟁 중
[新유통대전⑧] 생산부터 유통까지 ‘AI’…식품업계 ‘푸드테크’ 이야기
[新유통대전⑨] “무더위야 고맙다”…식품업계 여름면 대전(大戰)
[新유통대전⑩] ‘손흥민 효과’라지만…식품업계 ‘스타 마케팅’의 두 얼굴
[新유통대전⑪] 추억 마케팅은 성공할까? 식품업계 ‘재출시’ 열풍
[新유통대전⑫] “이것이 브랜드 체험”…‘클래스 마케팅’이 뭐길래
[新유통대전⑬] “더위는 매운맛으로”…식품업계 ‘이열치열’ 대전
[新유통대전⑭] “알싸한 마라향에 취하다”…식품업계, 잘파세대 겨냥 ‘마라 라면’ 대전
[新유통대전⑮] “올림픽 특수 노린다”…‘파리’에 올인한 식품업계
[新유통대전⑯] 쌀로 우유를? 식품업계 ‘쌀’ 바람 “왜”
[新유통대전⑰] “가성비에 가치를 입히다”…식품업계 추석 키워드는 ‘건강·실속·친환경’
[新유통대전⑱] ‘두바이 초콜릿’ 나비효과…식품업계, ‘피스타치오 맛’에 꽂히다
[新유통대전⑲] 메밀·갈비·카레맛…식품업계 ‘각양각색’ 만두 대전
[新유통대전⑳] “오감을 자극하라”…‘도파밍’에 꽂힌 식품업계
[新유통대전㉑] “가을을 잡아라”…숨가빠진 식품업계 진풍경
[新유통대전㉒] 수능 끝났어도 ‘수능 특수’ 노린다…식품업계 디저트·건강식 ‘봇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