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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게임 혐오 프레임, 안 지겨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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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3.08.29 09:39:50

사진=연합뉴스

또 시작됐다. ‘게임 중독’을 범죄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게임 혐오’ 프레임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그 프레임은 누가 만들고 있을까? 바로 게임에 대해 무지한 검찰과 일부 언론이다.

검찰은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수사 결과를 두고 “피의자 조선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 동기 범죄에 해당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 조선이 범행 당일 아침까지도 ‘1인칭 슈팅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범행 당시 보인 특이한 움직임과 게임 캐릭터 사이 유사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 중독만이 범행 동기는 아니지만, 범행 직전 상태에 대해서는 게임 중독이었다고 명확히 짚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언급이 없었던 게임 중독을 범행 원인의 일부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한 행위를 현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범죄의 원인 중 하나라고 속단했다. 게임 중독의 실재 여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말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이 “피의자의 범행 전 행동에 대해 조사하고 설명한 것뿐이며, 게임 중독만을 완전한 범행 동기라 볼 수 없다고 이미 설명했다”라고 해명하면 그만이니까.

더 큰 문제는 일부 언론이다. 검찰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일부 언론은 ‘게임이 문제’라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며, ‘게임 혐오’ 프레임을 짜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된 내용투성이로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8일 국내 모 주요 일간지에는 ‘내가 썰었어…칼로 베는 살인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해당 기사의 주요 논지는 ‘칼과 총을 이용하는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폭력성·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것.

사례로는 PC방에서 1인칭 FPS 게임 ‘서든어택’이나 ‘발로란트’ 등을 플레이하는 20대 이하 게이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2005년에 출시된 게임 그래픽을 보고 “실제 본인이 직접 칼을 휘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는 과장된 문장까지 붙였다. 어떤 게이머가 18년 전에 출시된 게임을 보고 ‘실제와 착각할 정도’라고 인식할까?

또,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 여러 학자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칼을 이용한 살인 게임과 최근 흉기를 이용한 묻지 마 살인, 협박 등 범죄 사이 연관성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전형적인 ‘게임 탓’이다. 그저 ‘게임 혐오’ 프레임을 짜고 있는 논조의 기사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도 너무 낮다. 기사에 인용된 논문이 발표된 시기는 2001년, 2013년으로, 약 10~20년 전의 케케묵은 논문이다. 그동안 게임과 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논문과 연구 결과가 차고 넘쳤는데도 입맛에 맞는 자료를 취사 선택한 것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표창원 역시 흉기 난동을 게임 중독과 연결 짓는 것에 대해 무책임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원인론은 프로파일러 초창기인 20년 전에 이미 기각한 가설로, 섣부른 게임 원인론, 영화 원인론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죄 현상에 관한 이유를 다각도로 판단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스템 ▲개인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이 논의되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없다. 그저 ‘게임 중독’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둬 정신이상자라고 치부할 뿐이다.

범죄자가 범행 직전에 느와르 범죄 영화를 봤으면 ‘범죄 영화 중독’일까?
범죄자가 범행 직전에 유튜브로 ‘술 먹방’을 봤으면 ‘알코올 중독’일까?

왜 게임만 이런 취급을 받을까? 왜 하필 게임일까? 왜 게임이 비난받아야 할 대상인가? 게임을 ‘악마화’하는 것, 지겹지 않나? 게임이 실제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주 빈약하다. 이제 그만하자.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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