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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급했나? '여야 합의' 강조했던 김진표 국회의장, 태도 급변한 이유

'채상병 특검법' 전격상정에 ‘허’ 찔린 국힘...'협치’서 다시 ‘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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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심원섭기자 |  2024.05.03 13:34:59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가 합의를 못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안건 상정을 위해 의사 일정 변경동의건을 제출하자 그동안 “여야가 협의하라”고 버티던 김진표 국회의장이 돌연 상정시켜 통과 됐다.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 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제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제출 당일에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치는 것은 아니라 의장이 동의안하고 “여야가 합의하라”고 한다면 표결을 미룰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 제출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표결하려 했으나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 표결 자체를 미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도 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위해 민주당이 박주민 의원 등 142인 명의로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제출하자 김 의장이 즉시 상정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법 85조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4월3일부터는 본회의에 부의됐으나 의장으로서 본 안건에 대해 여야 합의 처리를 독려해 왔다”면서 “(본회의 부의된 안건이)60일 이내 상정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이 지난 후 처음 개의된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21대 국회 임기는 5월 29일까지로 60일을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장은 “안건의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 마무리 해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한 끝에 변경동의의 건에 대해 표결처리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왼쪽)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운데)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해 2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당시 한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김 의장을 향한 거센 압박도 김 의장의 결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재직기간 중 당적을 보유할 수 없어 의장으로 취임하기 전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 의장은 임기 중 줄곧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아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마친 뒤 오는 4일부터 믹타(MIKTA) 회의 참석을 위한 순방 일정이 잡혀있는 것과 관련해 야권은 ‘총선 민심을 외면하고 해외로 나가려 한다’며 김 의장에게 쟁점 법안들의 상정을 압박해왔다.

심지어 국정원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당선자는 최근 한 방송에서 김 의장을 향해 욕설까지 퍼부으며 “복당을 안 받아야 한다”고 비판해 논란이 되자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의 이 같은 일방적 법안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채상명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다.

이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장이) 오늘 아무런 사전 통보없이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가담하고 의사일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회 수장으로서 입법권 권위를 실추시키는 아주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을 직권상정 한 것은 ‘상정시키지 않을 경우 의장의 해외순방을 막을 것’이라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겁박에 굴복한 것”이라면서 “입법부 수장의 자격을 상실한 처신”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 올 경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8일 재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법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일반 법안보다 까다롭다.

그러므로 113석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반대할 경우에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되지만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에서 ‘반란표’가 나오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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