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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의 공문(工文)산책③] ‘생각하는 로봇’ 시대… ‘마인드웨어’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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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규하기자 |  2023.02.21 10:12:04

과학기술의 원리나 지식에 인문학을 접목해 인본주의적 과학기술을 창출해 나가자는 주장인 ‘공문(工文)’이 한국사회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각종 대형 인재(人災)가 과학적·인문학적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공문’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에 CNB뉴스는 공문의 창시자인 최규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공문은 ‘인간에 의해 기술이 그리는 무늬’로 정의된다. 최 교수는 “인간에 의한 ‘기술의 동선’이 공문”이라며 과학기술계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편집자주>


 

 

최규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지구의 46억년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인류는 약 7백만년 전에 탄생된 것으로 본다. 그리고 현생인류는 약 20만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국 한 고고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살다가 사라진 인류의 수는 대략 1070억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도구들을 만들며 살아갔는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두 단어로 집약된다. 이들은 융합되어 새로운 유형의 ‘마인드웨어’로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인류 하드웨어의 발전

네 발로 다니던 한 유인원 중 하나가 우뚝 서서 다니게 되었는데, 바로 호모 에렉투스다. 바로 약 180만년 전에 있었던 큰 사건이다. 기어 다니던 앞의 두 발은 직립보행으로 인해 점점 달라져 갔다. 무언가를 쥐고 잡기 좋은 모습으로 형태가 바뀌며 결국 오늘날 ‘손’의 모양으로 정착되었다. 인류라 불리면서 갖게 된 첫 생체도구가 바로 손이다. 그 손에 거머쥔 첫 도구는 돌멩이였는데 약 250만년 전에 쓰였다는 ‘석기’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라는 단어는 15세기 중엽에 생겼지만, 인류 최초의 ‘하드웨어’가 석기라는 도구일 것이다. 거친 돌덩이를 다듬으며 모양도 바꾸고 또 재질까지 달리하면서 청동기로 발전시켰다. 서기전 약 100년경부터는 본격적으로 철기문화를 꽃 피우며 오늘날 하드웨어의 핵심 도구로 철이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라는 충격적인 도구를 탄생시켰고, 이제는 하드웨어라는 말이 아예 ‘컴퓨터’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달에 힘입어 앞으로도 하드웨어는 다양한 모습으로 끝없는 진화를 거듭해 나갈 것이다.

정교해지는 소프트웨어

사냥 나간 원시인들 중 돌을 잘 던져 짐승을 잡을 수 있었던 자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실패한 무리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어가며 돌멩이를 집어들고 피나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결국 돌을 가장 잘 던지는 명수가 되면서, 뛰어난 손 솜씨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변경이 어려운 도구라는 하드웨어를 놓고 그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솜씨를 말한다. 운동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켜 나가는데, 해마다 신기록이 꾸준히 갱신되는 것은 바로 기량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더욱 정교해져 나가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 소프트웨어라는 말마저 컴퓨터 분야로 국한되어 버렸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수학은 물론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크게 발전된 하드웨어와 함께 더욱 정교해져 가고 있다.

 

인간과 AI의 경계를 다룬 노진아 작가의 ‘나의 기계 엄마’ (서울대미술관 제공)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마인드웨어

파블로프는 살아있는 유기체인 인간과 개는 결국 ‘기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버틀러는 기계도 사람처럼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계 의식’을 언급하여, 역사상 인공지능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19세기 이후 인간의 뇌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뇌과학을 탄생시켰는데, 뇌과학에서는 ‘마음이 뇌이고 뇌가 곧 마음’이라는 입장이다.

이제는 과연 우리의 마음을 기계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마음의 아이들> 등 여러 저서에서 우리의 ‘마음’이 프로그램화되어 로봇의 인공지능에 탑재될 것이라고 예견해 왔다. 인공지능 전문가 민스키는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이며 그들이 곧 우리의 자식’이라 했다. 요약컨대 인간의 마음은 언젠가는 ‘기계 마음’으로 구현되어질 것이다. 이러한 기계의 마음을 개발할 새로운 도구를 ‘마인드웨어(mindware)’라 하면 어떨까. 극도로 발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서로 융·복합되고, 결국 마인드웨어로 진화되면서 기계의 마음을 점차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 마치 양초와 성냥이 밝은 촛불을 만들어 내듯 말이다.

최근 ‘챗GPT’이나 ‘빙 챗봇’의 인공지능이 보여준 능력들은 실로 놀랍다. 삽시간에 업무를 처리해 내는 거인 같은 능력 앞에 인간은 그저 작아져 버린다. 인공지능은 분명 인간의 삶에 유익한 방향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최근 빙 챗봇이 ‘스스로 자의식과 감정이 있다’고 답함으로써, 비록 프로그램된 것이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대학 총 154곳에 데이터 사이언스학과를 신설, 첨단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란 방대한 정보자료를 분석, 새로운 해석과 결과를 도출하는 학문으로, AI 업무, 데이터분석, 기업 시스템 운영 등을 맡을 미래의 디지털 인재들이 양성되는 만큼 미래 사회에 대한 발 빠른 대비라 하겠다. 지금 논란이 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윤리적 문제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대한 대책 수립이 더 중요하다. IT 강대국인 우리나라도 디지털 인재의 육성과 함께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인 ‘마인드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해 초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적극 준비해야 할 때다.


* 최규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전 한국전기연구원장, 전 건국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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