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 국내시장 벗어나 해외로
본사 이전하며 공격적 해외진출 선언
첨단기술로 초고속 엘리베이터 승부수
‘글로벌 5위권 진입’ 현대 신화 이룰까
현대엘리베이터가 2030년까지 매출 5조원을 달성하고, 해외사업 비중을 50%로 높이며, 글로벌 엘리베이터 시장 Top 5 기업이 되겠다는 ‘2030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오티스, 티케이, 쉰들러 등 쟁쟁한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전략은 무엇일까? (CNB뉴스=정의식 기자)
2022년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승강기) 보유 대수는 약 80만대로 추산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엘리베이터는 1910년 옛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에 설치된 제품이며, 112년 만인 2022년 9월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80만번째다. 설치대수 기준 세계 순위는 7위다.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을 약 40% 점유하고 있는 사업자가 바로 현대엘리베이터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2021년에도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는 39.22%를 차지한 현대엘리베이터다. 2위는 약 22.35%를 차지한 독일계 티케이(구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이며, 3위는 미국계 오티스 엘리베이터로 약 17.7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4위인 미쓰비시 엘리베이터의 경우 약 2.5%의 점유율을 보였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티케이, 오티스 등 ‘빅3’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80% 가량을 분점하고 있는 것.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단독으로 2·3위 업체를 합한 규모의 점유율을 유지 중인 국내 시장의 압도적 강자다. 하지만 2014년 44.5%, 2017년 44.1%, 2019년 43.9% 등 과거에 비하면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티케이와 오티스의 실적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티케이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만932대를 설치하며 사상 최초로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오티스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난해 설치 대수 8675대에 그쳤지만 매년 실적 상승세가 뚜렷하다.
본사 이전하며 ‘트리플 5’ 목표 제시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엘리베이터 기업들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현대엘리베이터는 방어보다는 공격이 유리한 전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외국계 기업들의 본진인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적극적 해외진출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
이런 전략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7월 본사를 경기 이천에서 충북 충주로 이전하며 제2도약에 나섰다.
새로 이전한 충주 스마트 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조재천 대표는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해외사업비중 50% △‘글로벌 Top5’를 달성하겠다”는 ‘Triple 5’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이 1조9734억원이고, 해외사업 비중도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도, 해외사업 비중도 약 2.5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이날 선포식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종배 국회의원, 조길형 충주시장을 비롯해 정몽규 HDC 회장, 이용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류희인 대한승강기협회장과 충북, 충주 유관 기관장 및 관계자,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등 내·외 귀빈 300여명이 참석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주 ‘관건’
현재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의 상위 5사는 오티스(OTIS, 미국), 티센크루프(ThyssenKrupp, 독일), 코네(KONE, 핀란드), 히타치(HITACHI, 일본), 쉰들러(Schindler, 스웨덴) 등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글로벌 Top5’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이 기업들 중 1곳은 따라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이루기 위한 5대 전략과제로 조 대표는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한 고객가치 증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한 시장 선도 △해외사업 공격적 확장 △서비스 사업의 포트폴리오 확대 △인도어 모빌리티 신사업 진출을 선정했다.
또, ‘Mobility To Possibility(모빌리티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라는 2030년 회사의 미래비전도 선포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지던 엘리베이터에 인공지능(AI), 오픈 AP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스마트 팩토리와 R&D센터, 물류센터에 산업사물인터넷(IIOT), 빅데이터, A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율을 78%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기존 공장 대비 연간 생산 능력 25% 향상, 1인당 생산성 38% 향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필수적인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주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주는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 파워 강화에도 필수적이다. 이 시장은 현재 오티스를 위시한 글로벌 Top5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분속 108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이후 추가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벨트를 탑재한 분속 1260m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이를 랜드마크 빌딩에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력이 상위 5사에 비해 결코 떨어지진 않는다. 다만 안전성을 검증할 기존 실적이 부족하다는 건 걸림돌”이라며 “국내 초고층 건물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해외까지 초고속 엘리베이터 수주를 늘려나갈 수 있다면 글로벌 Top5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