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11.15 10:58:03
HBO 다큐멘터리 화제작 '캔버스의 혁명(A REVOLUTION IN CANVAS, 35분 2024년)'은 이란 출신 작가 니키 노주미(Nicky Nodjoumi)의 딸 사라가 40여년 전 소실된 아버지의 작품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당시 1980년 8월 이란의 테헤란 현대미술관(TMOCA)에 초청돼 혁명의 기록(REPORT ON THE REVOLUTION) 연작을 포함한 모노타입 판화, 드로잉, 회화 등 총 120여점 이상의 작품을 전시했지만, 44년이 지난 현재까지 작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니키 노주미의 희귀작 전시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바라캇컨템포러리는 11월 13일부터 2025년 1월 12일까지 HBO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독재에 항거한 양심,' 니키 노주미(Nicky Nodjoumi, B. 1941)의 1976년 작품 3점 등 희귀작들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정치적인 예술'이 아니라 인간의 압제에 항거하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살아있는 양심을 가진 행동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작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유를 위해, 그리고 압제에 항거하기 위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 주제는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인데, 이 주제는 나키 노주미가 1976년에 제작한 첫 모노타이프 작품에 페르시아어로 쓴 의미심장한 문장이다. 이 작품은 혁명(1979년 이란 혁명)을 예견한듯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고 있어 의미있다. 이 주제는 니키 노주미의 개인적 삶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역설적 비극을 가리킨다.
니키 노주미 작가는 1979년 이란 혁명에도 불구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지기는 커녕, 차기 정권인 호메이니 정권의 탄압으로 이에 대한 비판적인 작품도 제작했다. 니키 노주미는 어느 한쪽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예술이 아닌 양심의 소리에 따르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다
혁명 이후 니키 노주미는 테헤란 현대미술관(TMOCA)의 전시, 즉 혁명에 참여한 이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전에 초청돼〈혁명의 기록 Report on the Revolution〉연작을 포함한 총 120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러나 전시회 개막 직후 이란의 언론은 노주미의 작품이 무슬림 혁명군을 깎아내리는 “대단히 저속한” 작품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이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안 있어 성난 군중이 관내로 들이닥치기도 했다.
급기야 1980년 9월 22일, 니키 노주미는 한 친구로부터 당장 이란을 떠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전화를 받고 피난길에 올랐고, 그가 떠난 겨우 몇 시간 뒤 그가 이용한 메흐라바드 공항을 이라크가 폭격하며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간신히 작가는 살아남았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이러한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적 아픔과도 닮은 점이 있어 이번 전시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삼청동 국제갤러리 옆 고풍스러운 건물이 이국적인 바라캇컨템포러리(삼청로 58-4)는 국제사회와 현대미술의 중요한 주제에 대해 심층적 연구와 계획에 중점을 두고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현재 로스엔젤레스, 런던, 홍콩, 서울에서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고대미술을 전시하고, 수집문화를 확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