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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변창흠 LH 신임 사장에게 묻는다

뒤로 가는 공공주택…첫단추 다시 끼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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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5.02 10:19:08

(CNB=도기천 편집국장) 막대한 국민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곳곳에서 공공주택 입주민들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여러 사례들을 보면 LH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공기업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최근 30년 거주 가능한 국민임대주택을 10년공공임대주택으로 변경한 경우다. 이에 따라 경기도 부천시 중동팰리스카운티 약260세대가 2021년까지 주변 시세에 준하는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 받거나, 집을 비워야할 상황에 놓였다. 수도권 내 수천여 세대도 같은 문제에 처해 있다.

이들은 소득·자산이 일정기준 이하에 해당되는 서민들이라 대부분 집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 LH는 국토부의 ‘재건축임대주택 업무처리기준’이 변경돼 분양전환에 법적 문제가 없다지만 입주민들은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 이들은 LH를 상대로 ‘분양전환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주택의 보증금 전환이율을 낮춘 점도 원성을 사고 있다. 오는 9월1일부터 보증금 증액시 전환이율이 6%에서 5%로 낮아지는데 이는 사실상 월임대료의 상승을 의미한다.

가령, 보증금 1억에 월50만원을 납부하고 있는 세입자가 보증금 3천만원을 추가로 납부할 경우 현재는 3천만원에 연이율 6%가 적용돼 월15만원이 감면된다. 하지만 5% 적용 시에는 월 12만5천원이 감면된다. 지금보다 월 2만5천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9.13부동산 대책 이후 시중의 전월세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임에도 LH는 되레 임대료를 올린 것이다.

빚이 많은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서 기존 주인에게 빌려주고 5년 후 주인에게 되파는 ‘희망임대주택’ 사업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집값을 마련하지 못한 원주인(原住人)들이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

LH는 2013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총 1069가구를 희망임대주택으로 매입했다. 이 중 1차 507가구의 임대차 계약이 오는 9월 만료되는데 이들 중 집을 되사겠다고 신청한 경우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LH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집값 상승분은 고스란히 LH의 몫이 됐다.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등에는 “사채업자에게 집을 담보로 맡겼다가 뺏긴 것과 마찬가지”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판교 지역의 집값 폭등에서 비롯된 10년공공임대 사태는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년공공임대는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감정평가금액(시세의 90%수준)으로 분양받는 제도인데, 집값이 급등해 쫓겨날 처지가 된 세입자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청원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와 LH는 분양전환을 포기하는 입주자들은 자격조건에 따라 임대기간을 연장해주는 내용의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세입자들의 원성은 되레 이전보다 커졌다. ‘분양전환권 포기’는 공공주택특별법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분양 포기한 주택을 일반에 분양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심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6조에는 “10년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LH는 세입자들과의 계약서에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고 명시했다. 감정평가액에서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부영건설 등 민간사업자들은 감정평가액보다 다소 낮은 선에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부천 중동팰리스카운티 입주민들이 국회 앞에서 분양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천 팰리스카운티 대책위 제공)
 

서민 눈물 짜내고 자화자찬?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이 이처럼 공공성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는 데는 ‘공기업 정상화’라는 시장논리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LH는 부채 비율이 300%(131조, 2018년 기준)에 이르는 적자 공기업인데,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62%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 하에 재무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3월 제3대 LH 사장에 취임한 박상우 사장은 지난달 26일 퇴임할 때까지 3년 동안 약20조원의 이자부담부채를 감축했다.

이에 대해 LH는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이는 민간사업자보다도 냉정하게 주택사업을 해온 결과다. 지금같이 ‘정상화’에만 매달리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침 SH 사장 출신의 도시계획 전문가인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LH의 새수장으로 취임했다. 변 사장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과거 서울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던 김수현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그가 개발론자들와 달리 공공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우선 변 사장은 ‘서민복지’와 ‘재무정상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주택시장안정에 국민혈세를 써야하는 공공기관이 돈도 벌고 서민에게도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은 ‘못 뚫는 게 없는 창’과 ‘못 막는 게 없는 방패’를 같이 사용하겠다는 모순(矛盾)일 뿐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음에도 분양가 거품 논란에 직면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기 하남시 ‘힐스테이트 북위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실련이 2300억원의 과다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국토부가 최근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떴다방, 무자격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동산 분야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전국 최초로 신설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는 LH가 10년공임 분양전환가를 ‘감정평가액으로 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대로라면 공공주택은 시세(감정평가액)로, 민간아파트는 원가로 분양가가 책정돼 공공성은 무력화된다.

변 사장은 국내최대 주택공기업 CEO로서 이런 상황을 잘 살펴 과감한 체질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공공주택의 분양가와 임대료를 낮추자는 것은 ‘로또아파트’를 양성하기 위함이 아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도록 도와주자는 게 목적이다. 그것이 공기업 재무정상화보다 앞서는, 시장논리보다 우선되는 공공주택특별법의 정신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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