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2025년 등급분류 포럼’이 지난 4일 부산 영상산업센터 컨퍼런스홀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대, 등급분류의 변화와 확장’을 주제로 열렸다.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 확산, AI 기반 미디어 소비의 일상화로 시청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행 등급분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향후 영상물 사후관리 및 미디어 교육 허브기관으로서 영등위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포럼에서는 특히 영유아·미취학 아동을 위한 등급 세분화 필요성과 부모가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체계, 이른바 ‘페어런츠 가이드(Parents Guide)’ 도입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첫 번째 발제자인 김미경 청운대 교수는 “전체관람가 등급은 0세부터 11세까지를 한 범주로 묶어 미취학 아동 보호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 환경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화면에 잠시 노출되는 연령등급표시와 7개 항목의 내용정보만으로는 유해 요소의 구체적 강도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학부모들이 ‘전체관람가라 안심했지만 자극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뉴질랜드 등에서 운영 중인 Parents Guide 사례를 소개하며 “국내에서도 구체적 장면 설명, 요소별 강도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한국형 페어런츠 가이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원숙경 교수는 해외 주요 국가의 온라인 콘텐츠 등급 체계를 분석하며 “디지털 플랫폼 시대 등급 제도는 사전 규제 중심에서 정보 제공 강화와 플랫폼 책임 확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역시 온라인 기반 시청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형 등급정보 체계와 플랫폼 공동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에 나선 한양대 박성복 교수는 ‘영상물 등급분류 리터러시’ 개념을 제시하며 “유해 영상물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환경에서 이용자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등위가 보유한 7개 핵심 고려요소를 교육에 접목하면 “등급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정서·감성에 맞는 영상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종합 토론에는 학계, 법조계, OTT 업계, 청소년·문화정책 연구자 등이 참여해 Parents Guide 도입의 실효성, 플랫폼 책임 범위, 교육기관 역할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영등위 김병재 위원장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전환 속에서 등급분류 제도의 사회적 역할을 새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적합한 등급정보 체계 정비와 Parents Guide 도입 검토, 등급분류 리터러시 교육 강화로 이용자 보호와 선택권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