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 라이더·점주 반발한 배달의민족 ‘로드러너’…대립 포인트 짚어보니

홍지후 기자 2025.12.05 10:58:16

새로운 라이더 플랫폼 도입 놓고
배민과 라이더·점주 입장 엇갈려
“소득 올라가” VS “영업권 침해”
아직 시범 운용…개선 여지 있어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인근에서 ‘로드러너’ 도입 반대 집회가 열렸다. 로드러너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새롭게 도입한 라이더 전용 플랫폼으로, 현재 경기도 화성·오산에서 시범 운용되고 있다. 새로운 배차 시스템, 거리 제한 등으로 라이더 뿐 아니라 업주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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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이더가 회사가 정한 스케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거죠?”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인근에서 열린 ‘로드러너’ 도입 반대 집회에서 만난 5년 차 라이더 백 씨는 이같이 말했다.

로드러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경기도 화성·오산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는 라이더 플랫폼으로, 배민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개발한 앱이다.

기존 라이더 플랫폼 ‘배민커넥트’에선 라이더가 노동 날짜·시간·범위를 설정할 수 있지만, 로드러너에선 라이더가 사전에 일정을 등록하면 등급별 스케줄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배차한 배달 건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 앱과 확연히 달라진 시스템 탓에 라이더는 로드러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주 또한 로드러너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앱 도입 후 배달 거리 제한으로 영업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라이더와 점주가 모두 반발하는 로드러너를 둘러싼 논란을 쟁점 별로 짚어봤다.
 


#1. 노동 통제 강화하는 라이더 ‘등급제’



라이더 쪽이 주장하는 이 시스템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노동 통제 가능성과 납득하기 어려운 산정 기준이다. 로드러너에선 AI가 라이더 등급을 8개로 나눠 노동 일정을 배정하는데, 여기서부터 불합리한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첫째로 ‘노동 통제’를 우려하는 이유는, 주도권을 빼앗긴 채 수동적으로만 일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러너는 라이더의 노동 시간, 날짜 등 스케줄에 대한 선택권을 회사가 쥐고 있다. 상위 등급일수록 스케줄에 대한 선택권을 우선 부여하는데 하위 등급은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적이다.

 

라이더 정 씨가 제공한 라이더 등급표 (사진=정 씨)

이 선택권마저도 지역,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주문이 많은 화성·동탄은 하위 등급 라이더도 원하는 스케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오산은 그렇지 않다. 또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등급 별 일정과 선택권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라이더 쪽에 따르면, 앱의 근본 문제는 ‘콜(배달건) 하나를 더 잡냐, 아니냐’가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인 라이더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CNB뉴스에 “배민이 라이더에게 정규직 대우는 해주지 않으면서, 로드러너를 통해 라이더 노동에 관한 통제권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둘째 이유도 첫째와 멀지 않다. ‘등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을 지적한다.

라이더는 매주 그 전주 성과에 따라 등급을 평가받는 대상임에도 정작 자신의 등급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산정되는지 모른다.

현재는 시간당 배달 건수, 수락률, 계획 대비 실제 운행 시간 등 평가 지표만 공개된 까닭이다. 구 지부장은 “평가 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라이더들이 무작정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무리하면 과로·사고 등 위험이 크다”고 했다.

오산에서 로드러너를 사용 중인 라이더 정 씨는 CNB뉴스에 “동일한 수익률을 올리면서도 어떤 주는 4등급을, 어떤 주는 5등급을 받는다”며 “등급 산출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배민 라이더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달플랫폼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로드러너 관련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누고 있다”며 “간담회, 설문조사 등을 운영해 라이더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2. 로드러너 도입 후 라이더 수익 “올랐다, 내렸다” 진실은?



배민은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로드러너 도입 후 화성에서 주 40시간 이상 활동한 배민 라이더의 6개월 월평균 소득이 도입 이전 월평균 소득보다 29%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라이더 쪽은 회사 측 보도자료의 구체적 수치 도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령 1등급 라이더의 매출만 크게 올랐어도, 이를 전체로 합산해 도출하면 전체 평균이 올라가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드러너 도입 후 외려 배달 단가가 낮아지고, 정산 오류가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 지부장은 “기존 배민커넥트에선 거리 베이스로 같은 거리면 대동소이한 금액이 책정되는데 로드러너에선 이 편차가 크다”며 “똑같은 5km인데 어떤 배달은 6000원대, 어떤 배달은 2000원대”라고 말했다.

정 씨는 “예전엔 10시간을 일해서 냈던 수익을 지금은 15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다”며 “동료 라이더 중 앱 도입 후 매출 올랐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현재는 로드러너가 시범 운용 중이기에, 앞으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3. 업주도 반발···“거리 제한으로 매출 타격”



라이더뿐 아니다. 로드러너 도입 후 배달 가능 거리가 4km에서 1km로 줄어든 것과 관련해선 업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거리 제한이 걸리면 업장이 영업 중임에도 소비자에겐 ‘준비 중’이라고 표시돼 주문을 받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업주의 매출이 감소하고, 소비자의 선택권 또한 침해된다는 게 업주 측 입장이다.

 

‘로드러너’ 도입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 (사진=홍지후 기자)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CNB뉴스에 “예전엔 이상 기후일 때만 거리 제한이 걸렸는데 최근엔 평상시에도 하루에도 3~4번씩 거리 제한이 걸린다”며 “배달 거리가 늘어날수록 배달료가 오르고, 배달료가 오르면 회사 부담이 생기니 거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리 제한 관련 공지를 업주에게 제대로 해주지 않아 업주가 회사에 지급하는 광고비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배민이 거리 제한을 걸고 업주에게 제대로 공지를 해주지 않는다”며 “광고 노출을 위해 배민에 광고비를 지불해도 업장이 소비자에게 표시되지 않는다면 광고비가 무슨 소용이냐”고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거리 제한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씨, 도로, 주문량, 라이더 수 등 배달 인프라 상황이 종합 고려돼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으로, 거리 제한 시 주문 접수 시스템을 통해 업주에게 상황을 알리고 있으며 해당 내용은 약관에도 명시됐다”고 밝혔다. 

 


#4.  “‘공정한 운동장’ 위해 온플법 제정해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의장은 “지금 국회에서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과 업주의 영업권, 소비자의 선택권을 모두 보장해야 한다”며 배달 플랫폼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CNB뉴스에 “로드러너는 라이더·업주·소비자 등 여러 주체가 영향받는 사안”이라며 “모든 주체가 공생하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 업체의 일방적 결정엔 온플법과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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