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연구팀, 자당이 벼 개화 시기 조절 신호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 밝혀

손혜영 기자 2025.01.21 11:02:10

당 농도에 따른 Ghd7 안정성 조절 모델.(사진=부산대 제공)

부산대학교는 식물생명과학과 조래현 교수 연구팀이 일반적으로 식물의 주된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광합성 산물 자당(sucrose, 설탕의 주성분)이 벼의 개화 시기를 촉진하는 신호물질로도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자당(sucrose)’은 식물에서 광합성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주요 당류 중 하나로, 단당류인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결합해 형성된 이당류다. 자당은 세포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며, 식물의 다양한 발달 및 생리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산대 조래현 교수팀은 인하대·경희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자당 신호에 따른 벼의 개화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자당이 신호전달 물질로서 수행하는 새로운 기능을 설명했다.

작물의 개화 시기는 농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이삭 형성, 알곡 수 및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개화가 이르면 고온이나 태풍 피해를 피할 수 있어 생산성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른 개화는 영양생장 부족과 냉해로 인해 수정률이 저하돼 수량 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반면, 개화가 늦으면 고온을 피하고 충분한 생육 기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성숙 후반(가을철) 냉해나 성숙 지연으로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적절한 시기(온도·습도·일장 등)에 개화하는 것은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작물의 개화 생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배 환경을 최적화하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이상 기상이 증가하는 요즘에는 이에 따른 개화 시기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광합성 산물인 자당이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식물이 꽃을 피우도록 유도하는 신호물질로도 역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자당이 벼에서 개화를 억제하는 ‘Ghd7’이라는 단백질의 안정성을 낮춰 개화를 촉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화 시기가 되면 식물 체관 내 자당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자당 농도와 개화 시기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지만, 두 현상을 연결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식량작물인 벼에서는 자당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외부에서 자당을 공급해 줄 경우 개화를 촉진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 반면 자당을 제대로 운반하지 못하는 돌연변이체나 자당 분해가 과도하게 일어나는 식물에서는 세포 내 자당 농도가 감소해 개화가 지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연구진은 높은 자당 농도에 반응해 IPI1 단백질이 벼의 개화 억제 단백질인 Ghd7을 분해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자당이 단순한 에너지원 이상으로 벼의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물질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발견은 식량 작물의 광합성과 개화 시기 조절을 연계해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래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합성 산물인 자당이 에너지원뿐 아니라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분자로 작용함을 밝혀낸 데에 큰 의의가 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호전달 물질로서의 자당 기능 연구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농촌진흥청 저탄소그린라이스생산기술개발 사업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부산대 식물생명과학과 조래현 교수와 백기범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인하대 생명과학과 윤진미 교수팀, 경희대 유전생명공학과 안진흥 교수팀과 전종성 교수팀이 함께 수행했다.

해당 논문은 식물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터그레이티브 플랜트 바이올로지(Journal of Integrative Plant Biology)' 2024년 12월호에 출판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