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해외 수주로 돌파구 찾은 ‘K-건설’…비결은 ‘이것’

김민영 기자 2024.12.17 09:39:43

UAE 바라카 원전 건설 ‘나비효과’
K-발전소 높은 품질 전세계 인정
지구촌 곳곳 원전·수력 수주 ‘잭팟’
국내 건설경기 침체 딛고 새돌파구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가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을 맺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건설업계에 ‘발전소’ 바람이 거세다. 발전원 종류가 화력발전, 원자력, 재생에너지로 다양해지면서 해외에서 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는 기쁜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고 있는 것. 일감 범위도 단순 시공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등으로 넓어졌다. CNB뉴스가 현황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카타르 수전력청 카라마가 발주한 ‘카타르 Facility E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설계·조달·시공(EPC) 금액만 28억 400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4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공사로,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수행한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남동쪽으로 약 18km 떨어진 라스 아부 폰타스 지역에 최대 240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복합화력 발전과 하루 평균 50만톤의 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담수복합발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37억 달러(약 5조3천억원)로 오는 2029년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카타르 전체 전력량의 약 16%와 담수량의 17%를 담당하게 된다.

 

원전 수주 소식도 들린다.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컨소시엄이 25조원 이상 규모의 체코 원전 EPC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사실상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달 21일에는 한국전력공사가 30억달러(약 4조3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의 낙찰자로 선정되며, 이 사업에 발전기 등을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약 2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카타르 Facility E 담수복합발전 위치도. (사진=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9조원에 육박하는 수주를 달성했다. 목표치였던 8조 6000억원보다 약 5% 초과 달성해 10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부문에서 지난해 미국 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증기발생기 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하기로 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약 5분의 1수준인 차세대 소형 원전이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원전의 핵심 기기를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스터빈 부문에서는 지난해 세계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을 개발해 6월과 8월 각각 한국중부발전, 국방과학연구소와 수주 계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신사업 부문이 성과가 좋았던 이유는 침체됐던 국내·외 원전 생태계가 다시 활성화된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3·4호기 주기기 공급(약 3조원) ▲카자흐스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약1조2천억원) ▲우즈베키스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기자재 공급 사업(600억원) 등 여러 대형 계약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대형 원전을 수주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 재개를 시작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14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전 건설사업 중 인프라 설계 일감을 수주했다. 이 공사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해 1단계 설계에 착수하고 2단계인 설계·조달·시공(EPC)의 본계약은 내년 말께 체결한 후 2035년 준공 예정이다.

 

대우건설 로고, 두산에너빌리티 로고. (사진=각사)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에 참여한다. 1단계에서 현대건설은 BOP(Balance of Plant,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지원 구성요소 및 보조 시스템) 및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하며 공사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은 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은 두 번째다.

현대건설 측은 “지난 2월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 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입찰 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10월 해외 산업설비공종(발전소 등) 수주 금액은 200억 달러(약 28조6천억원) 가량으로 전년 동기 110억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K발전소 바람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2020년대부터 한국이 지은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이 상업 운전에 돌입하며 K발전소에 대한 높은 품질이 인정받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윌리엄 맥우드(Magwood)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NEA 사무총장도 지난해 5월 원자력 학술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해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 원전의 경제성을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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