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의한 '한동훈 해프닝'?...동명이인이 일으킨 '나비효과

심원섭 기자 2024.11.15 13:10:27

국힘 게시판에 한동훈이 쓴 尹부부 비방글

'동명이인 한동훈' 징계 놓고 계파간 신경전

친윤 “진상규명 해야” vs 친한 “확인 어려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열린 당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의 계파 갈등이 재점화됐다.

 

친윤계는 “당무감사 등 당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친한계는 “당원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맞서는 등 격론을 벌였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서는 “친윤계가 친한계에 그동안 쌓였던 앙금으로 인해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이날 의총에서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익명 게시판인 당원 게시판에서 작성자가 노출된 사태가 시스템 오류로 발생했다”면서 “시스템을 개편·보완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친윤계인 강승규 의원은 “(당원) 명의도용 또는 해킹 등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당무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완료한 당원들만 가입해서 글을 작성할 수 있지만, 게시글의 작성자는 이름의 일부만 표시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한 대표 혹은 한 대표의 가족(배우자)이나 친인척의 이름으로 다수 올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유튜버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한동훈 대표나 가족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해당 이름으로 작성된 게시물의 목록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에 당은 시스템 점검을 통해 작성자명을 통한 게시판 검색을 제한하는 한편, 게시글 작성자는 한 대표가 아니라 ‘동명이인’이라고 해명하면서 같은 이름의 당원 8명의 등록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지난 6일 “당원 게시판 관련, 한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므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으나 관련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시시각각 한 대표를 직격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게시물이 당 대표 가족 이름으로 수백 개가 게시되었다면, 당은 즉시 수사 의뢰해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게 쉬쉬하며 그냥 넘어갈 일이더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당무감사가 아니라 즉시 수사 의뢰하라”면서 “증거 인멸할 생각 말고, 모용이라면 모용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집권여당이 아니냐?”라고 따지면서 “사무총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급기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 간 논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견을 들었으니,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조만간 사무총장이 설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의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여러 중요한 사안이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으나 ‘가족들에게 당원 게시판 논란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특히 친한계는 이번 논란이 보수 유튜버와 친윤 인사를 중심으로 확산한 점을 주목하며 ‘한동훈 흠집 내기’,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라치기’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친한계 한 당직자는 15일 CNB뉴스에 “오랫만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등을 앞두고 당정 일체로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이때 이 이슈를 ‘뇌피셜’ 수준으로 확산시키는 의도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아마 그들은 윤·한 해빙 무드가 불편한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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