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與 ‘특별감찰관 맞불

수사 대상 2개로 대폭 축소…대법원장이 특검 추천권, 野에 비토권

심원섭 기자 2024.11.15 13:12:49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 191명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 단독으로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에 김 여사 특검법이 상정되자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퇴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 191명이 남아 전원 찬성 표결했다. 야당 의원 가운데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해외 연수’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김여사 특검법’에는 그동안 추진했던 19개 수사 대상 중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 2개 부분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담았다.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서 첫 번째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지난 2월 폐기됐고, 두 번째는 22대 국회에서 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달 4일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폐기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명 씨 관련 의혹 등을 추가해 특검 수사 범위를 14가지 의혹으로 대폭 넓히고 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세 번째 특검법안을 발의했다가, 최근 수사 대상을 대폭 줄이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마련해 이날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특검 후보를 제삼자가 추천하도록 한 만큼 수정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으나 국민의힘은 ‘여당의 분열을 노리는 꼼수 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에 앞서 이뤄진 토론에서 “국민은 지금 특검법의 통과를 압도적으로 원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으며,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김 여사를 압수수색 한번 하지 않은 검찰이 어떻게 주가조작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오늘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가, 내일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판결을 받는다. 따라서 이 대표 방탄용으로 특검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대법원에 재판 계류 중인데 그 사람들을 수사하는 특검을 선정하는데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맞나. 무한 비토권으로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고르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의 반대 토론에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 전 퇴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소리치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이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당론으로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특검법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표결 때는 재적의원(30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에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이탈표 8표 이상이 나오지 않는 이상 부결돼 다시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재표결이 이뤄질 때까지 국민의힘 이탈표를 공략하고,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당론 추진으로 맞서면서 ‘부결 단일대오’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여 가파른 대치 정국 형성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으로서는 특검의 수사 대상을 좁히고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삼자(대법원장)가 갖도록 특검법을 수정했는데도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라면서 여권의 분열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재표결이 예상되는 본회의(28일) 사이에 잇따라 열리는 민주당 이 대표의 1심 선고공판(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5일 위증교사 혐의)을 고리로 대야(對野) 총공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여야 간 충돌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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