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쿠팡·배민이 문제라구? 배달료의 ‘숨은 진실’

도기천 기자 2024.10.07 09:20:40

배달앱 ‘빅2’ 쿠팡·배민에 불똥 튄 이중가격제
앱수수료·배달료 뒤엉킨 외식·배달업 생태계
‘조삼모사’ 마케팅 전략의 최종피해는 소비자
전문가들 “소비자 알권리 보장부터 시작해야”

 

KFC의 매장 메뉴판(왼쪽)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메뉴(오른쪽)에 적힌 가격이 각각 다르다. 갓양념치킨 5조각이 매장에서는 1만6700원인데, 앱에서는 1만7700원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포장수수료, 회원요금제, 중개수수료, 배달비, 가게배달, 배민배달, 배달구독료, 이중가격제, 최혜대우… 최근 음식 배달을 둘러싼 여러 논쟁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다양한 용어가 혼재돼 어렵고 헷갈리는 이유는 그만큼 외식·배달·중개업체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에 결국 이런 복잡한 배달 체계의 최종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 음식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CNB뉴스가 실타래처럼 얽힌 외식·배달업 생태계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4인 가족의 가장인 도모 씨는 최근 맥도날드 빅맥세트를 배달 앱에서 주문했다가 뒤늦게 매장에서 먹었을 때와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빅맥세트가 매장에선 7200원이지만 배달시키면 8500원이다. 가족 수대로 4세트를 배달로 받았으니 5200원을 더 낸 것. 배달메뉴 가격이 매장과 비교해 비싸다는 공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중가격제 얘기다. 이중가격은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행태를 이른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대표메뉴인 와퍼 세트를 매장에서 주문하면 9100원이지만, 앱을 통해 배달시키면 1400원 더 비싼 1만500원이다.

KFC는 지난 3월 이중가격제를 2년여 만에 다시 도입했으며, 파파이스는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배달메뉴를 매장메뉴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커피 브랜드들도 이중가격제를 적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매장. (사진=연합뉴스)

커피 브랜드들도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에서 아메리카노 배달 제품 가격은 2000원으로 매장 제품보다 500원 비싸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도 이중가격제를 검토 중이다. 맘스터치의 경우, 가맹점주협의회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늘었다며 본사에 이중가격제를 요구해 직영점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34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20곳(59%)이 이중가격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식업체들의 이 같은 영업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 2021년 조사에서도 주요 5개 햄버거 브랜드 가운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4개 업체의 배달제품 가격이 매장가격보다 비싸다며 “배달로 많이 주문할수록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주들 “수수료·배달비 떼면 남는 게 없다”



외식업체들이 앞다퉈 이중가격을 시행하고 있는 이유는 배달료 등 비용 부담 때문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CNB뉴스에 “배달요금이 건당 4000~5000원인데다, 배달앱 수수료, 포장비용을 떼고 나면 닭한마리 팔아서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가맹점에 배달메뉴 가격도 매장과 동일하게 하라고 권장하지만, 가맹점주들이 배달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배달메뉴 가격을 (매장가격 보다)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한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이중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배달 플랫폼업계 양대산맥인 배민과 쿠팡이츠가 충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중가격의 원인 중 하나가 배달앱 수수료 때문이라는 여론이 일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저격한 것. 

쿠팡이츠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멤버십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사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을 떠넘기기 않는다”며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정업체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보도자료에 배민 상징색인 민트색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배민을 가리켰다.

이에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은 쿠팡을 향해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의 경우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이용료는 9.8%, 업주부담 배달비는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달 플랫폼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사진=연합뉴스)
 

‘숨은 가격’ 소비자가 부담…선택권 보장해야



이런 가운데 외식업계는 이중가격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은근슬쩍 책임을 배달플랫폼 수수료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 높은 중개수수료를 책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맹점주들이 높은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며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심정은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취재 중 만난 한 피자가게 사장은 “가맹본부(본사)와 배달앱 운영사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얘기만 하고 있다. 본사와 배달 플랫폼이 서로 협력해 배달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예나(31) 씨는 CNB뉴스에 “이중가격과 앱수수료, 배달료 등 음식가격에 포함돼 있는 여러 부대 비용에 대해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며 “복잡한 배달체계가 결국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기업, 가맹점, 배달전문업체, 프랜차이즈 본사가 얽히고설킨 외식·배달업 생태계를 일괄적으로 규제할 순 없지만 지금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원산지 표시제처럼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하는 데서부터 첫발을 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세현 경영 컨설턴트는 CNB뉴스에 “배민과 쿠팡은 무료배달을 내세우고 있지만, 점주는 수수료·배달비 때문에 배달메뉴 가격을 매장가격 보다 올리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가 숨은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배달비를 음식값과 분리해 최소한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상품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배달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달메뉴의 숨은 가격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배달 주문할 때와 매장에서 구입할 때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고지하도록 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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