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만찬 전 독대 ‘무산’…韓 “조속한 시일 내에 꼭 만나야” 기대

만찬상에 ‘김 여사·채 상병’ 상차림도 ‘그림의 떡’…당내 퍼지는 ‘우려감’과 ‘당혹감’

심원섭 기자 2024.09.24 11:35:36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4일 만찬 전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독대 요청 사실 자체가 언론에 유출된 점, 독대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의료개혁과 관련한 당정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오는 24일 만찬은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독대의 가능성이 남아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추후 협의를 하겠다. 별도로 협의를 하겠다”면서 “계속 소통을 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봐주면 될 것 같다”고 말해 독대가 이뤄질 여지는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데에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두 사람 사이 의견 교환은 언제, 어떤 형태로든 가능한데 해당 보도가 두 사람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암시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불쾌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들 대통령실 참모들은 독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실이 비판을 받게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독대 관련 논란으로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가 다소 묻히게 된 점 등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이 알려진 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독대와 관련해 따로 (대통령실에서) 직접 전달받은 건 없지만, 이번에 (독대가)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독대가 아니면) 얘기하기 어려운 주요 현안이 있으니 내일 어려우면 조만간 꼭 (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독대가 무산되고, 곧이어 여당 대표가 ‘신속한 독대’를 요청하는 등 양측에 냉기류가 흐르자 정치권에서는 “尹(윤)·韓(한) 갈등의 현주소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를 거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이 추석 연휴 기간 지역구에서 민심을 수렴한 결과, 김 여사를 향한 국민들의 시각이 극도로 냉랭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한 대표가 이번 만찬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와 관련한 민심을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어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만찬은) 여당 지도부가 완성된 뒤 가지는 상견례 성격이 더 강하다”며 “특히 독대는 긴요한 얘기를 나눌 때 하는 것인데, 언론에 알려지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독대거부 사태가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만찬 직전 즉석에서 한 대표와의 일대일 면담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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