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진통'...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합의 촉구

심원섭 기자 2024.12.03 12:37:13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 본회의 상정 보류

국회의장 “여야,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논의 부족”

전 국회의장들 “나쁜 선례 만들면 안돼” 쓴소리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오늘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국회법상 처리시한인 2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강행 처리한 뒤 이날 본회의에 해당 예산안을 상정하려 했으며, 이에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철회로 맞서 우 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이날 야당의 감액 예산안 상정을 보류하고, 여야에 10일까지 말미를 주면서 합의안 도출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 의장은 이날 예산안 상정을 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다. 이는 법정 기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 의장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며, 특히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논의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인 만큼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실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어 정부의 자성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책임과 부담은 국정운영의 주체인 정부에 가장 크게 돌아간다.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걸 하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해 10여명의 여당 중진 의원들이 2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우원식 의장(오른쪽)에게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나경원·윤재옥 의원 등 중진 10여명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곧바로 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우 의장에게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년도 예산안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의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한편 역대 국회의장들은 이같이 민주당이 국회 예결위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초유의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여야가 극한의 힘겨루기를 멈추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고 대화를 통해 얼어붙은 정국을 풀어낼 수 있도록 우원식 국회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협상을 중재해달라”고 당부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은 “예산이란 국가 예산이지 야당이 운용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정부가 운용하는 국가 예산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더구나 협의 없이 통과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 절차와 의회주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전 의장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현재의 국회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내면서도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들은) 의장의 역할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전 의장은 “의회 운영은 국회법과 확립된 관행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며 “한번 나쁜 선례가 만들어지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의회 정치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민주 정치의 요체는 대화로서 합의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면서 “100% 완벽하진 않아도 서로 무르고 물러주며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었던 박병석 전 의장은 “여야 모두 왜 정치를 하게 됐는지 돌아보기를 바란다. 내가 왜 정치인이 됐는지,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지 근본으로 돌아갈 때”라며 “지금 상황은 정치 기교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 자세부터 새로 다 잡고 교정해야 할 때로서 정치인들이 말로는 ‘민생, 민생’ 하면서 중요한 예산 문제로 대치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쓴소리를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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