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배민 vs 쿠팡…배달비 ‘0원’ 전쟁의 속살

김수찬 기자 2024.04.15 09:53:38

쿠팡, 무료배달 포문 열자 업계 ‘긴장’
배민·요기요, 잇달아 배달서비스 강화
출혈경쟁 손실 누구 몫? 점주들 ‘촉각’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가 배달비 무료를 선언하며,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사진은 배민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민(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3사의 무료 배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엔데믹과 고물가 영향으로 배달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자 ‘배달비 무료’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일종의 출혈 경쟁 속에서 소비자와 점주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없을까? 격전을 치르고 있는 배달업계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배달비 ‘무료 배달 전쟁’의 포문을 연 쪽은 쿠팡이다.

지난달 26일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회원(멤버십)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배달비 0원 시대’를 열었다.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쿠팡은 묶음배달 무료 서비스와 한집배달(유료) 중 원하는 배달을 선택해 이용하게끔 했으며, 주문 횟수와 주문 금액, 장거리 배달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 별도의 쿠폰이나 할인과 중복 사용도 가능해 음식 가격 할인 혜택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수도권과 광역시에 이어 충청, 강원, 경상, 전라도 주요 지역과 제주도 제주시 등 적용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다. 쿠팡은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회원(멤버십)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쿠팡 제공)

쿠팡이츠의 공세에 배민도 배달비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 1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알뜰배달’ 서비스를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알뜰배달은 ‘한집배달’과 달리 여러 집에 동시에 배달하는 서비스로, 쿠팡의 묶음배달과 동일하다.

기존 혜택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제공되던 ‘한집·알뜰배달 10% 할인’과 ‘알뜰배달 무료’ 중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택할 수 있게 했다.

대체로 주문 단가가 높은 경우 10% 할인의 혜택이 크고, 주문 단가가 낮을 때는 배달비 무료의 효과가 좋은 편이다. 또 한집배달 주문 시에도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문 상황에 따라 할인 금액이 더 큰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배민이 강조한 점은 ‘멤버십, 패스 같은 구독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쿠팡 와우 멤버십(월 4990원)과 같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누구에게나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의미.

쿠팡이츠와 배민에 이어 요기요까지 배달비를 없앴다.

지난 5일 요기요는 최소 1만 5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묶음배달이 아닌 한 개의 주문만 처리하는 ‘한집배달’까지 무료 혜택 대상에 포함됐으며, 따로 쿠폰을 다운로드 받아서 적용할 필요도 없다.

또 기존의 멤버십 ‘요기패스X’의 최소 주문금액(1만7000원) 기준도 없앴다. 이에 따라 월 2900원을 내면 요기패스X 대상 모든 가게에서 횟수 제한 없이 배달비 0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구독자와 신규 구독자에게는 4000원의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지난 1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알뜰배달’ 서비스를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제 살 깎는 경쟁 “왜”…시장 선점 ‘고육지책’



배달 플랫폼 업계가 배달비 제로를 선언하며, 출혈경쟁을 시작한 이유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배달 플랫폼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고객 충성도가 낮은 편으로 꼽히기 때문에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신속성 부분에서는 모든 플랫폼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차별화하기 어렵고, 배달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으려면 배달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고, 신규 고객을 더 늘리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

실제로 쿠팡의 이러한 전략은 통한 모습이다. 지난 2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 앱 사용자는 649만 명으로, 요기요 앱 사용자(598만 명)를 넘어섰다. 요기요를 제치고 쿠팡이츠가 배달앱 2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19년 6월 출시 이후 최초다.

쿠팡이츠의 배달비 무료 정책이 지난달 말에 시작했기 때문에 전부 이 덕분이라 하긴 어렵지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선두 배민은 전년 동월 대비 196만 명이 증가한 2126만 명으로 1위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지난달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2위를 차지했다.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진짜 혜택 맞나?” 점주들 의구심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배달비 무료 정책이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비용 부담이 사라져서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배민이 묶음배달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묶음배달에 주문이 몰려 배달 시간이 늘어났다”, “배달비가 사라진 대신 최소 주문 금액을 올린 식당이 대부분이어서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등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출혈경쟁의 손실이 점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점주가 반반 꼴로 부담하는데, 현재 소비자 몫을 배달 플랫폼이 짊어지고 있는 형태다. 배달 플랫폼의 부담이 커지면 수수료나 중개 이용료 등을 인상해 점주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출혈 경쟁의 손실이 점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거나 배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 확장과 소비자 후생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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