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 등장 107일 만에 퇴장…‘향후 행보’ 당내 의견 엇갈려

‘'86 퇴진론'과 이조 심판론’ 선거 패착 vs ‘용산발 악재 속 분투’

심원섭 기자 2024.04.12 11:29:54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에서의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4·10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9회 말 투아웃 대타’를 자처하며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당 수장 자리에 오른 지 107일 만에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때만 해도 당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컸으며, 실제로 한 위원장이 키를 잡은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고,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그의 언행에 지지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정체되면서 ‘한동훈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감지됐으나 한 위원장은 끝내 자신을 원톱으로 한 선대위 진용을 꾸려 총선을 치른 결과 결국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것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 바람이 불기 마련인 이번 총선에서 한 위원장은 도리어 ‘야당을 심판하자’면서 ‘86운동권 정치 청산’이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의 메시지를 앞세우다 보니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선거 전략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11일 CNB뉴스 기지와 만나 “국민의힘의 이번 총선 참패 원인은 기본적으로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해 패한 것이지만, 한 위원장이 공천 과정을 포함해 보여주기식 쇼에만 집중해 더 크게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등장해 분위기를 완전히 우리 당 쪽으로 바꿔놨는데 지난 3월부터 다른 크고 작은 변수들로 인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이번 총선 패배가 한 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질책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을 불사른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옹호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특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값 발언 논란, 의정 갈등 등 대통령실발(發) 악재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분투로 선거운동 막판 지지층을 결집해 그나마 개헌 저지선인 범야권 200석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근본적인 책임은 한 위원장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사퇴를 밝힌뒤 당사를 떠나면서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위원장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만큼,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측도 분분하지만 한 위원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장직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답해 향후 정치 행보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유세 때 여러 차례 여러 차례 해외 유학설 등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고 총선 이후에도 정치권을 포함한 공적 영역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어 일정 기간의 휴식기를 거치고 나서 다시 등장해 당권이나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 대안 부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항마로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총선 패배 후유증이 가라앉고 난 뒤 한 위원장이 자기 뜻과 무관하게 여의도로 소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현재 국민적 지지를 25% 내외로 받는 사람이 있느냐”며 “이제 곧 꽃이 떨어지고 장마가 오면 봄비를 가리던 우산이 다시 생각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한 위원장이 나중을 기약하는 것은, 본인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 전 대표도 당시 ‘보수의 구원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총선 참패로 사퇴한 뒤 지난해 열렸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가 꼴찌를 했고, 이후에도 당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위원장이 만약 재기한다고 하더라도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신을 향한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하는 등 그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당선자 가운데 ‘한동훈 사람’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사람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물론, 총선 과정에서 ‘한동훈 사단’으로 불리던 비대위원들은 대다수 낙선하거나 출마하지 못하는 등 당내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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