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10총선을 보름 앞둔 2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해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경 윤재옥 원내대표와 비서실장인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유영하 변호사 등과 함께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30여분간 얘기를 나눴다.
한 위원장은 사저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저도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만 말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예방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번 제가 대구 방문할 때 박 전 대통령을 뵙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그때 약속했던 날을 다시 잡아서 뵙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대구 달서갑 후보로 공천을 받은 박 전 대통령 측근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서해수호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는 걸 봤다며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려운데 위기일 때 뜻을 모아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구에 와서 민생 토론을 주재했는데 공감되고 지역에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많았으니 잘 뒷받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의대 증원 문제도 두 분이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께서 여러 말을 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한 위원장의 박 전 대통령의 예방에 지역 정가에서는 대구 중‧남구와 경북 경산시 등 무소속 출마자로 인해 출렁이는 대구‧경북(TK) 지역의 보수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공천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이에 반발하는 강성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 5일에는 국민의힘 대구 달서갑 후보로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 변호사를 단수 공천한 바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국정농단 수사를 거론하며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자신이 직접 국정농단 수사를 해서 단죄했던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선거를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보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며 “한 위원장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내세우던 사법 정의와 수사도 쓰레기통에 내버리는 것인지 답하라”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