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그 시절 그 맛 소환”…식품업계 ‘복고 마케팅’의 끝판왕은?

전제형 기자 2023.06.16 09:32:02

열성 고객 “과거 제품 소환해달라” 요구
식품기업들 “작지만 안정적 수익이 중요”
과거 히트작 부활…고객·기업 모두 윈윈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과자 코너.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재출시된 제품들이 더러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식품업계가 과거 단종된 제품들을 다시 시중에 선보여 주목된다.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서부터 추억을 소환하고픈 중년 소비자층까지 다양한 요구를 반영했다는 게 식품사들의 설명이다. CNB뉴스가 식품기업들의 달라진 마케팅 전략을 들여다 봤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주요 식품기업들은 신제품에만 의존하던 과거 마케팅 전략을 점차 수정하고 있다.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신제품 출시보다, 이미 검증돼 고정 고객이 확보된 과거 제품을 다시 소환하는 식의 안정된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불닭볶음탕면’을 재출시했다. 이달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에서 봉지, 용기면 모두 판매를 시작했다.

삼양식품 측은 재출시된 불닭볶음탕면이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매운맛 액상스프, 진한 국물을 만들어주는 분말스프, 국물과 어울리는 면발로 구성돼 예전 제품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고 밝혔다.

팔도도 지난달 2년 전 비빔면 제품들에게 밀려 생산을 중단한 쫄면을 이름과 패키지만 바꿔 ‘비빔쫄면’으로 재출시했다. 팔도 측은 양조식초와 사과식초를 배합해 상큼한 맛을 구현했으며 태양초·베트남 고추를 넣어 특유의 매운맛을 냈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지난 겨울철에 겨울 한정판 ‘초코파이情(정) 해피베리쇼콜라’를 재출시하며 지난 2020년부터 2년 연속 겨울 시즌 에디션을 선보였다. 진한 쇼콜라 케이크에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크랜베리 총 3가지 베리잼과 쇼콜라시럽으로 만든 마시멜로가 합쳐진 제품이다. 홈파티가 많은 겨울 시즌에 맞춰 분위기 있는 맛을 구현했다는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2015년 단종된 ‘립파이’를 ‘립파이 초코’로 리뉴얼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초콜릿을 코팅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준 동시에 정통 페이스트리 디저트 특징인 버터 풍미를 살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삼양식품 ‘불닭볶음탕면’, 팔도 ‘비빔쫄면’, 오리온 ‘초코파이情(정) 해피베리쇼콜라’. (사진=각 사)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과거 제품 재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기존의 단종, 한정판, 수출용 제품의 재출시를 요청하는 소비자 문의에 화답함으로써 해당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2016년 처음 발매된 불닭볶음탕면은 2018년 봉지면, 2022년 용기면이 각각 단종돼 해외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후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수출용 불닭볶음탕면을 직접 구입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지속되고,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재출시 관련 문의글이 빗발치자 회사는 재판매를 결정했다.

팔도와 오리온, 롯데웰푸드의 단종 제품 재출시 역시 마니아층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과거 인기를 끈 제품의 재출시가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해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연구개발, 판촉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제품 출시에 비해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불길처럼 번진 ‘포켓몬 마케팅’이다. 식품사들은 희귀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 뿐 아니라 중년들에게도 인기가 입증된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마케팅 총력전을 펼쳤다.

이 같은 식품기업들의 제품 재출시 러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삼양식품은 향후 국내 판매 요청이 많은 야키소바불닭볶음면과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등 수출용 제품들을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앞선 사례처럼 지속적인 소비자 요구가 있는 제품의 경우 재출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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