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시대(59)] “탄소배출 없이 철 만든다”…포스코의 도전에 쏠린 눈

정의식 기자 2023.03.08 09:39:52

철 생산 때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온실가스 주범’ 오명 벗으려 총력전
‘3단계 전략’ 2050년 탄소제로 실현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2제강공장.(사진=포스코)

3년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가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1단계에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저탄소 연·원료 대체를 추진하고, 2단계에서는 철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CCUS(탄소포집저장 활용) 기술을 적용하며, 3단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철강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이다.(CNB뉴스=정의식 기자)


 


이상기후, 사막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 등 글로벌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나라도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준 목표인 2018년 대비 26.3%보다 상향된 2018년 대비 40%로 산정해 탄소중립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 3660만 톤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까지 매년 4.17%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산업 부문의 효과적인 감축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철강산업은 국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할 만큼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꼽힌다.

철은 1톤 생산할 때마다 1.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탄소 집약적 제품으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이기도 한 것. 이 같은 ‘철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다양한 친환경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업계 1위 기업인 포스코는 2020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후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사업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50 포스코 탄소중립 비전.(사진=포스코)

포스코의 2017~2019년 평균 탄소 배출량은 연간 총 7억 8800만 톤인데, 사업장 감축과 사회적 감축 수단을 병행해 2030년에는 10%, 2040년에는 50% 감축하고, 궁극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포스코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된 ‘탄소국경조정제도’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을 수입할 때 품목별 탄소 함유량에 상응하는 양의 ‘인증서’를 수입자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탄소배출량이 많을수록 수입 시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오는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대유럽 철강제품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가 영향을 많이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EU에서는 2005년부터 세계 최초로 ‘EU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 Emissions Trading Scheme)’를 도입해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핵심 정책수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받고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산업으로서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이 미래 생존의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관건



이처럼 점차 강화되고 있는 탄소감축 규제에 대응하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포스코는 2050까지 친환경 생산·판매 체제로 완벽하게 전환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1단계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 대체 추진, 2단계에서는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CCUS(탄소포집저장 활용) 기술을 적용하고, 3단계에서는 기존 파이넥스(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철강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게 한다는 것.

기존 제철기술은 고로에 석탄을 투입해 발생한 일산화탄소를 철광석의 환원제로 활용해 철을 얻어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온실가스 문제가 지적돼 왔다.

 

포스코의 유동환원로 기술.(사진=포스코)

반면,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석탄 대신 철광석과 수소가 반응해 순수한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철강업계 탄소중립을 위한 솔루션으로 꼽힌다.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므로,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가 25% 포함된 환원가스를 사용하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발전시켜 2030년까지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모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저품위의 분철광석으로 사용하는 하이렉스에서 생산된 DRI(직접환원철, Direct Reduced Iron)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문제다. 이에 포스코는 저품위 DRI를 용해하는데 적합한 전기로인 ESF(Electric Smelting Furnace) 기술을 개발해 최적의 수소환원제철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CNB뉴스에 “석탄 사용 저감 기술과 신규 전기로 도입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 수요에 대응하고, 수소환원제철 데모플랜트를 조기 구축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나서는 등 친환경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할 계획”이라며 “철강 탈탄소화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순환경제 시대에 필수적인 소재를 공급하는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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