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 대상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전격적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자칫 수도권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격전이 예상되는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후보들은 용산 대통령실이 “이 대사에 대한 수사 회피나 임명철회는 없다”라고 일축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이슈를 선거에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 보인다”며 “민주당은 도피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도주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해외공관은 우리나라 땅이나 마찬가지로서 근무지만 해외이지, 공직자가 도주·도피가 되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사 임명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이지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는 문제는 아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면 조사받을 것”이라며 “정치적 이슈로 나올 문제인지 그런 부분에 있어 다른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존재감을 뽐내며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물론, 민주당이 공천 내홍 끝에 전열을 가다듬는 상황에서 반대로 국민의힘은 악재를 만나 수도권이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는 중도성향 유권자가 많아 정부에 부정적인 이슈몰이 바람 이 불 경우, 당선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 지역에 출마할 한 후보는 14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그동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애써 벌어놓은 당 지지율을 말도 안되는 일로 다 까먹고 있다”면서 “더구나 지난 총선 때보다도 차가운 민심이 더 느껴져 회복 계기를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특히 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대사는 외교관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수사가 필요하다면 적극 협조 하는 게 맞는 태도”라면서 “경기도와 수도권 민심이 좋지 않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14일 국민의힘 일각의 이 같은 우려와 야당의 임명철회 요구에 대해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으며, 옳지도 않은 일”이라고 일축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국금지 조처를 여러 차례 했던 것에 부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야권이 제기하는 이른바 ‘피의자 빼돌리기’ 의혹도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그를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