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포시 공무원 사망의 근본 이유는?..."김병수 시장님 서운합니다"

김진부 기자 2024.03.15 11:30:26

CNB뉴스 김진부 기자.

온라인 카페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신상이 공개되는 등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청 9급 공무원이 결국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기뻐했을 젊은이가 근무를 시작한 지 여러해가 지나지 않아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난 13일에는 김병수 시장이 신원미상의 누리꾼들을 직접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공무집행방해, 모욕,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병수 시장이 직접 경찰서로 찾아가 수사의뢰서를 전달하는 사진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됐다.


14일에는 김포시의 추가적인 대책이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됐다. 이번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민원응대 메뉴얼을 정비하고,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민원응대 교육을 3월 중 실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수사의뢰와 심리지원이 이번 공무원 사망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실제로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근본 문제는 무엇일까?

김병수 시장, 수사의뢰 및 민원응대메뉴얼 정비
한 공무원의 용기있는 발언 "시장님 서운합니다"


얼마전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자유게시판 '세올'에 "시장님 서운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은 공무원 조직에서, 이처럼 솔직한 글이 올라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 글의 내용은 아무도 말 못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진실이 담겨있다.

CNB뉴스는 이 글의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다.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김병수 시장이 근본대책을 세우는데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용기내 이 글을 쓴 익명의 공무원에게 절대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시장님 서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올 게시판에서) 대다수 직원들이 아이피 추적 등 신상이 공개되어 불이익을 당할까봐 직접적으로 시장님을 언급하거나 부서장을 언급하여 비판 글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특정인을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번 참사를 겪은 우리 직원들 다수가 현재 겪고 있는 심리적 충격과 그간 직원 인권을 도외시해 왔던 조직, 그 조직을 총괄하시는 분들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는 것뿐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특히 조명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적었다. 

 

"언론보도를 보니 온통 악성민원을 매도하는 내용, 김포시청과 노조에서 고인을 추모하면서 해당 민원인을 처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뿐 이더군요...한동안 그분을 추모하고 해당 민원인을 처벌만 하면 사태가 일단락되기라고 하는 것처럼 떠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악성민원은 이번 처벌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제 게시판에는 민원인만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의 구태한 조직문화, 잘못된 관행, 부서장이나 간부공무원들의 나태를 꼬집는 이야기들이 상당수 올라와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장님도 그 정도는 시간을 내셔서 읽어보시지 않으셨을까요?"

 

김병수 시장이 김포경철서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김포시)

마지막으로 이 공무원은 "제발 부당하게 업무를 떠맡기거나 부서장에게 갑질당해도 외면당하는 직원이 없도록, 민원대응 매뉴얼이나 녹음장치 배포, 비상벨 같은 대책만 세우지 마시고 내부의 썩은 조직문화의 병폐부터 고쳐주세요.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언급했다. 정말 무엇이 젊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결국 김병수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수사의뢰와 민원대응 메뉴얼 정비 등의 대책 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공무원 내부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이에 공감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공무원 조직은 이러한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기는 어려운 환경이고 조직문화다. 이번 기회에 김병수 시장이 용기있는 이 공무원의 목소리를 경청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내부의 썩은 조직문화의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CNB뉴스= 경기 김포/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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