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비즈] “NFT로 전시회 연다”…롯데백화점 ‘넥스트 뮤지엄’ 방문기

손정호 기자 2023.01.11 09:34:52

초고층 롯데월드타워에 독특한 전시
NFT와 실물 미술 작품 동시에 관람
공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구매 가능
디지털과 피지컬 합친 ‘피지털’ 추구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2층에 NFT 오프라인 갤러리인 넥스트 뮤지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사진=손정호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을 맞는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CNB뉴스가 롯데백화점이 월드타워점에 새롭게 문을 연 NFT 갤러리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서울시 송파구 초고층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 내에 신개념 미술관이 생겼다.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2층 한쪽에 오픈한 ‘넥스트 뮤지엄(NEXT MUSEUM)’은 온라인에서 감상하고 소유하는 NFT(대체불가토큰) 미술 작품, 캔버스에 물감을 이용해 그린 원화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디지털과 피지컬(오프라인에서만 전시하는 작품)이 합쳐진 ‘피지털’을 추구한다. 롯데백화점과 카카오그룹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엑스, 파인아트 갤러리 엠컨템포러리가 함께 만들었다.

 

넥스트 뮤지엄에서는 NFT, 원화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기자는 지난 2일 이곳을 방문했는데, 오픈을 기념해 첫 번째 기획전시인 ‘과일 섬’을 진행하고 있었다. 작품은 프룩투스 숲, 마을이라고 명명된 공간 두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선 NFT 아티스트(리라연, 박소희, 버터컵, 성은, 예슬 오, BBM, HEEWOOK, NINEIST)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의 형태와 색상을 조합해 창작했는데, 오프라인 전시공간에서는 LED 스크린을 이용해 미디어아트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NFT 작품 옆에는 작가의 이름과 함께 파일 형태(3D 애니메이션 mp4), 몇 개의 에디션을 제작했는지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이 작은 설명판에 QR코드가 있는데, 이를 관람객의 스마트폰으로 인식시키면 넥스트 뮤지엄과 연동되어 있는 NFT 애플리케이션인 클립드롭스의 해당 작품 페이지가 나온다. 오프라인 미술관을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NFT 작품을 앱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미술의 현재·미래 교차하는 듯



사과 연작으로 잘 알려진 윤병락 작가는 사과 형태를 응용한 NFT 작품을 제작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굴러가는 사과 두 알이 서로 부딪히는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원화 작품들도 있다. 윤 작가는 나무상자에 담긴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캔버스에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 한 알의 거대한 사과를 동그란 캔버스에 표현한 원화 작품을 선보였다. 캔버스와 물감 등을 사용하는 젊은 작가들(김휘동, 오혁진, 주재범, 한지훈, 한지형)은 NFT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를 형상화한 원화 그림을 전시했다.

이처럼 NFT와 원화 작품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어, 미술의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듯했다.

 

넥스트 뮤지엄은 패션 브랜드, 셰프와 협업해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고, 다양한 굿즈를 NFT 작품과 함께 판매한다. 카페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굿즈(한정판 기획상품)도 디지털을 지향하고 있었다. 넥스트 뮤지엄은 디지털 과일 이미지로 만든 티셔츠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 ‘김씨네 과일’ 등과 손잡고 MZ세대의 감성에 맞는 굿즈를 만들었다. 골프공, 거울, 뱃지, 모자, 스카프, 유리컵, 열쇠고리, 쿠션, 캔들, 티셔츠, 풋매트, 피규어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이 굿즈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만든 은색 라커룸 같은 공간에 놓여 있는데, 실물 굿즈를 사면 해당 NFT 작품도 받을 수 있었다.

카페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넥스트 뮤지엄의 카페에서는 과일 커피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인 임하선 셰프의 사과 무스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다. 케이크 레시피를 적은 갈색 종이, 이를 응용해 제작한 NFT도 전시하고 있었다.

앱도 인상적이다. 넥스트 뮤지엄과 연동되는 앱 클립드롭스에서는 전자화폐(이더리움·클래이튼)로 다양한 NFT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해 판매하기도 하고, 이를 수집한 유저가 작품을 다시 판매할 수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NFT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NFT 작품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져 온라인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이미지, 동영상 파일 형태이다. 이런 장점 덕에 2021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2020년보다 262배나 성장한 248억 달러(32조원)에 이른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초 출생자)를 기반으로 급속히 시장이 커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뉴스에 “서울 잠실이라는 공간은 쇼핑과 유통업의 메카로 계절별로 이색적인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며 “이곳을 자주 찾는 MZ세대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NFT 미술 작품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꺼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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