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분양가 딜레마’…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속내’

정의식 기자 2022.09.03 10:57:09

지방 미분양 사태, 수도권까지 북상
분양가 인상요인 ‘줄줄이’ 널렸지만
올리자니 미분양 걱정돼 ‘결정장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주택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청약시장도 한파를 맞고 있다. 대구 등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여기에 자재가격 상승, 건설노조 파업, 분양가상한제 개편 등 분양가 인상 요인들이 더해지면 미분양 물량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실적 하락을 우려하는 건설사들도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CNB뉴스=정의식 기자)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택거래가 줄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의 대표적 징후인 ‘미분양 주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8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월 한달 간 약 12% 늘어났다.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호로 6월(2만7910호)보다 12.1% 증가했다. 전북(72.8%)·경북(35.1%)·인천(30.1%)·울산(25.7%)·부산(18.6%) 등의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서울은 17.7% 늘었다.

 

전국 미분양 현황.(자료=국토부)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7523호)와 경북(6517호)이었다. 이어 경기(3393호), 전남(2534호), 경남(2238호) 등이 2000호 이상이었다.

수도권도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1509호에서 올 7월 말 4529호로 불과 7개월 만에 약 3배나 늘었기 때문.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7130채에서 7388채로 3.6% 증가했는데, 수도권이 1017호로 전월 대비 21.5% 늘었고, 지방은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도권의 증가세가 지방을 압도한 것.

 


아파트값 내리는데 분양가는 상승?



문제는 미분양 주택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자재가격 상승, 건설노조 파업, 분양가상한제 개편 등 분양가 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건자재의 대표 격인 시멘트의 경우 지난 2월 15~18% 가격인상을 실시했는데, 9월부터 또 가격이 오른다. 최근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은 9월부터 1톤당 시멘트 납품 가격을 10~15% 인상한다고 레미콘 업체들에게 통보했다.

콘크리트를 제조·납품하는 레미콘 업계는 지난 2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라 5월부터 가격을 13.1% 올린 바 있어 9월 인상이 단행되면 뒤따라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주최로 열린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동계의 움직임도 심상챦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토목건축분과’(이하 건설노조)는 최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1일 전국적인 파업을 벌였다. 앞서 건설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분쟁조정 중지 결정을 받고 합법적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이미 올해에만 화물연대, 레미콘 운송노조, 철콘연합회 등이 파업에 돌입한 바 있어 업계에서는 하반기 건설 현장이 풍파를 겪는 건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노동계의 인건비 인상 및 작업환경 개선 요구가 일부라도 수용될 경우, 이는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분양가상한제 개편안도 분양가를 자극하고 있다. 개편안에는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에 자재가격 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는 이전보다 최대 4% 인상된다.

 


건설사 대응방안 ‘난형난제’



가뜩이나 주택가격이 하락세인데 신규 주택의 분양가가 오른다면 청약경쟁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신규 분양 시장은 거품이 꺼진지 오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2대1’로 지난해 평균 경쟁률 ‘21대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급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9월에는 전국 63개 단지에서 총 5만4620가구가 분양될 예정인데, 이는 2015년 9월 이후 최대 물량이다. 여기에 주택시장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등의 미분양 물량까지 누적되고 있다.

이에 대한 건설사들의 대책은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분양가를 내리면 손실이 커지게 되고, 그렇다고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 대책도 제각각이다.

 

운정자이 퍼스트시티 모델하우스 내부.(사진=자이TV)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중소규모 도시재정비사업에 진출하며 활로를 찾고 있어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입지를 한층 좁히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소낙비는 피해가자”며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월 분양 계획 물량 중 실제 분양된 물량은 68%에 불과했다. 9월 분양 물량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모델하우스 등을 통해 홍보에 집중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일반분양 물량 6040가구 중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는 곳은 10곳이다. 이는 7월 셋째 주 전국 9233가구 모집에 모델하우스 개관이 1곳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모델하우스를 개관하지 않거나 청약 당첨자에 한해 모델하우스 방문을 허용하는 방식이 굳어져왔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모델하우스를 통한 마케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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