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 X파일’ 발언 일파만파…국정원‧여야 모두 비판

박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한 내용”

심원섭 기자 2022.06.14 11:19:05

박지원 전 국정원장(오른쪽)이 지난 10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른바 ‘국정원 X파일’의 존재를 공개 거론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이 즉각 강한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국민의힘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자 박 전 원장이 즉각 사과했음에도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에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아쉬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국정원에서 X파일을 보관하고 있다. 공개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여야의 불행한 역사를 남기면 안 된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폐기해야 하는데 못 했다”고 정·재계 인사들의 존안 자료가 존재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X파일에 대해서는 “60년간 있는 것이 메인 서버에, 또 일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며 “언론인, 정치인, 기업인 (등인데) 그 내용을 보면 다 카더라, 소위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만약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원히 집권한다면 이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만약에 다른 대통령이, 다른 국정원장이 와서 공소시효도 넘은 특정인 자료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많은 큰 파장이 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박 전 원장은 ‘X파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자료도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법을 위반하면 내가 또 감옥 간다”면서도 “자세하게 얘기 못 하지만 근본적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전 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의원님들, 만약 이것(X파일)을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했더니 하태경 정보위원회 간사가 ‘자기는 그렇게 안 살았는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 왜 내가 이혼당하나’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전 원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국정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 여부를 떠나 원장 재직 시 알게 된 직무 사항을 공표하는 건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박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정원이 국내 정보를 더 이상 수집하지 않고 있지만, 이제는 그 자료들이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하고, 실제로 국회도 이러한 논의를 하다가 중단된 것이 아쉽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 해명하며 “공개 발언에 유의하겠다”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면서 “특히 국정원장 자리는 그만두고 나온 순간부터 하는 모든 이야기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가 된다. 오죽하면 국정원이 전직 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야당인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국정원장이라는 직책은 퇴임 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일정 시간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자리”면서 “그러므로 박 전 원장이 입이 근질근질해도 국정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앞으로도 안 하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한 비판에도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전 원장이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박 전 원장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 수 있는 국내 주요 인사들의 존안(存案) 자료가 국정원에 축적돼 있다고 언급한 이유는 자신이 정·재계 인사들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 부각시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 일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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