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장 짓는 회사’에서 ‘글로벌 설계자’로
‘넥스트 래미안’ 넘어 원전·에너지 분야 영토 확장
필살기는 ‘AI’…‘디지털 전환’ 통한 업무효율 속도
‘40년 삼성맨’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가 에너지 신사업과 원전을 중심으로 ‘제2도약’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사업혁신에 나섰다. 삼성물산을 단순 시공사를 넘어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에너지 디벨로퍼(developer)’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한 필살기는 ‘AI’다. 오 대표의 도전 여정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CNB뉴스=도기천 기자)
1962년생인 오세철 대표는 1985년 삼성물산 입사 이후 41년 간 삼성물산과 함께해온 정통 ‘삼성맨’으로 통한다. 해외사업의 산증인이라 불릴 정도로 글로벌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다. 90년대 말레이시아 마천루(92층 초고층 빌딩) 사업을 비롯, 싱가포르 JTC 현장,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의 아부다비 ADIA 프로젝트, 두바이 정부가 발주한 ‘두바이 익스히비션 월드’ 등에 핵심 역할로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삼성물산 글로벌조달센터장(전무)에, 2015년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부장(부사장)에 올랐다. 마침내 2020년 대표이사로 승진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오 대표 체제에서 해외사업은 확대됐고, 주택사업은 수익성 위주로 재편됐다. 변화된 경영로드맵 덕분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첫 영업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주택사업은 ‘선택과 집중’…노른자위 위주로
이제 시즌2는 ‘넥스트 래미안’을 넘어 에너지·AI 분야로 영토를 넓히는 것. 오 대표는 기존 주력 사업인 하이테크(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비중을 조절하고, 원전 등 에너지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 대표의 전략적 목표는 단순 시공사를 넘어 ‘에너지 디벨로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미 첫단추는 끼워졌다. 삼성물산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협력해 루마니아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기본설계(FEED)에 참여하고 있으며, 폴란드 등 동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도 적극 참여해 ‘팀 코리아’ 일원으로 해외 대형 원전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호주와 중동 지역에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태양광 프로젝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는 1.5조원 규모의 카타르 태양광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해외 대형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다.
AI 분야에서는 고사양 데이터센터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AI의 기반인 만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외 10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AI 컴퓨팅 센터 수주를 준비 중이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도시정비사업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전개한다. 작년에는 ‘노른자위’로 불리는 한남4구역, 여의도대교 등 핵심 랜드마크 사업권을 따내며 연간 수주 9.2조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 대표 “AI는 미래성장의 핵심 동력”
삼성물산이 이처럼 새판을 짜고 있는 이유는 전통적인 주택·인프라 건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계열사 물량 수주에서 나오는 수익이 한계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부문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평택 반도체 캠퍼스,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서울 캠퍼스 데이터센터 등 삼성전자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도맡으면서 쉽게 사업을 해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들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매출과 이익이 일시적으로 주춤해진 상태다.
따라서 오 대표가 원전·에너지 등 신사업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단순히 미래먹거리를 개척하는 차원을 넘어 완전한 체질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CNB뉴스에 “올해는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기존 EPC(설계·조달·시공) 수행에서 프로젝트 개발·운영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20% 높여 사상 최대인 23.5조 원으로 설정했다. 2026년을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 공장 짓는 회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 대표는 공격적인 투자 단행은 물론, AI와 디지털 전환(DT)를 통한 업무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9.4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 중 상당 부분을 테크 인프라에 할당하겠다는 경영 가이던스를 제시한 상태다.
삼성물산 데이터팀이 최근 세계적인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AWS와 공동 개발한 ‘AI‑에이전트’ 3대 프로젝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방대한 분량의 입찰제안서를 자동으로 분석해 리스크를 신속하게 식별하는 AI-ITB 리뷰어, 법무·계약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돕는 AI-계약 매니저, 흩어진 현장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숨겨진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AI-프로젝트 전문가(AIPEX) 시스템을 조만간 실전에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AI‑에이전트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향후 3년간 AI 중심 업무체계 구축 및 AI 플랫폼 완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추진 중인 미래 에너지 분야로의 사업 확장·AI 기반의 운영 혁신은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혁신 기술·유망 사업기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을 위한 도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새판짜기에 시장 ‘긍정적’
이 같은 경영혁신에 대해 일단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과거보다 포트폴리오가 훨씬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해외 플랜트 매출이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테크 인프라 등으로 다양해진 미래 먹거리의 가치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주가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건설 부문의 견고한 실적과 더불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5년 내)과 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 친화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