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도 불구하고 ‘절윤(絶尹)’을 거부한 것을 두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절연 거부’라는 핵심 발언은 비껴간 채 ‘당명 개정·행정통합’ 발언만 장황하게 나열하는 맥 빠진 인상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당명 개정 중단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 등에 대한 당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으나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지난 2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계엄이 곧 내란이 아니다”라며 절연을 거부하면서 의총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 40분경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의총 중 당 지도부가 2시간가량 당명 개정 추진 과정과 여권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 상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이 할애되면서 정작 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 모습을 보여 일부 의원들은 다른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의총장을 떠나기도 했다.
당초 이날 의총은 전날 송언석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이른바 ‘사법개혁법안’ 강행 대응책을 논의하고, 당명 개정에 대한 원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목적으로 원내 공지로 소집됐으나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에도 장 대표가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 ‘아직 1심으로,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당내 파문을 일으킨 점을 감안하면 당의 노선과 관련한 난상토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의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시작한 의총에서 90분가량은 ‘당명 개정’ 경과에 대한 보고로 채워져 일부 의원이 항의하자 이번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법안과 관련해 광역의원 숫자 급감 등 부작용이 문제라는 자유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이 장 대표의 ‘절윤 거부’ 등 사실상 ‘윤어게인’ 선언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하고자 기회를 엿봤으나 지도부는 시간을 끌며 김 빼기에 일관했다.
결국 2시간이 지나서야 논의의 핵심인 ‘절윤 거부’ 논란에 대한 발언이 나왔고, 의총이 끝날 땐 30명가량만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의총 말미에 발언대에 선 국민의힘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내란수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 우리당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 순장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 의원은 “오늘 (장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윤’ 할지 말지 논의해야 하는데 당명개정·행정통합으로 시간을 끌고 일종의 김 빼기를 했다. 당 지도부가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며 “장 대표는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내려오는 게 맞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당내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의 조은희 의원은 의총장을 나온 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의총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수호’ 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맞는지 국회의원 비밀 투표와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고자 했는데 어제 당 지도부가 폐기한 당명 개정 얘기로만 점철됐다”라며 “입틀막 의총”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최근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로 서울시당위원장직을 박탈당한 배현진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시간 가까이 당명 개정에 대구·경북 통합 논의만 하는데 이렇게 한가한가?”라고 주장했으며, 친한(친한동훈)계 한지아 의원도 “순서 자체를 그렇게 짠 게 의도적인 것 아니냐”라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5선의 나경원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사법 파괴로 삼권분립 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 더는 당내 갈등이 문제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절윤’ 논란도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프레임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내 갈등보다는 대여투쟁을 견고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등 중진 의원들은 지선을 앞두고 당의 적전분열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5선 윤상현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윤석열 정부 실패를 막지 못한 건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국민과 역사 앞에 감동적으로 속죄하고 12·3 비상계엄과 내란·탄핵 프레임을 벗고 선거 체제로 가자”고 말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체제 개편과 사퇴는 답이 아니다. 장 대표 체제하에서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소하고 똘똘 뭉쳐 하나가 돼 이재명 정부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이날 의총 말미에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언론에 소개되는 표현보다 회견문 전체를 읽어봐 달라. 대표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절윤을 선언하지 않은 자신의 회견이 여론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숙고를 거친 결과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장 대표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의 내부 여론조사와 설 연휴에 실시된 지상파 여론조사 등을 거론하면서 “강성 지지층 일부에 휩싸여 의사 결정한다는 오해나 걱정을 하는데, 모든 여론조사를 살피면서 세부 요인까지 꼼꼼히 보면서 당 대표로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강조하자 ‘대안과 미래’ 소속 일부 의원들이 “여연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모아 공개토론이라도 해보자”고 반박했으나, 당 지도부의 반대로 추가 논의 없이 의총은 끝났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