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지난 11일 통일관 정산홀에서 '격동의 전환기, 질서의 재편과 한반도'를 주제로 ‘제76차 통일전략포럼’을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포럼은 4개 소주제로 나눠 주제 발표 및 토론을 통해 국제질서 재편과 한반도 정세의 변화 및 전망 등을 집중 논의했다.
제1주제 ‘남북관계 진단: 두 국가론과 통일담론’은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발표와 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적대성’의 3가지 조건(흡수통일 포기·한미연합훈련/전략자산 중단·비핵화 언급 금지)을 제시해 남북관계 재개가 높은 문턱 위에서 구조화됐다고 진단하며, ‘주권행사영역’ 설정이 서해(NLL)에서 국경분쟁으로 비화할 위험을 경고하고 평화공존 제도화 논의를 제안했다.
이에 김상범 교수는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이 대화·타협의 중간지대를 지워 대결을 고착화하는 권력전략이라며, 한국은 국익 기반의 주도적 위기관리와 중국 레버리지 강화, ‘이익 기반’ 통일담론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주제 ‘미·중 전략경쟁의 재편과 공급망 지각변동’은 박한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초빙교수의 주제 발표와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박한진 초빙교수는 경쟁을 무역갈등이 아닌 기술·표준·공급망을 통한 ‘상호억제’의 제도화로 보고, EDA·EUV·CoWoS·HBM 등 반도체/AI 공급망의 단일 실패점(SPF)이 안보 인프라 리스크로 전환됐다고 짚었다. 대응은 ‘전망’이 아니라 ‘설계’라며 2026년을 3×3 시나리오와 15개 전환신호(조기경보)로 상시 관리하고, 산업·통상·기술·외교·안보를 동시조정하는 ‘전 시나리오’ 전략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이에 양평섭 초청연구위원은 시스템 충돌 속 현실이 small deal 반복과 민감기술 축의 전략적 디커플링 고착으로 흐른다고 평가했다. 해법으로는 ‘안미경세’ 전환과 레드/옐로/그린 박스 협력관리, FTA 업그레이드 등으로 한국의 결정적 레버리지 제도화를 강조했다.
제3주제 ‘북·중 관계 복원과 북·중·러 밀착’은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의 주제 발표와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두진호 센터장은 2025년 9월 3일 김정은의 전승절 방중을 2019년 이후 북·중 관계 복원 신호로 평가했으나, 이를 북·중·러 3각 동맹 제도화로 단정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세 나라는 정체성·제도·리더십이 결합된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각국은 개별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협상력 확보, 중국은 러시아 쏠림 견제, 러시아는 외교공간 확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상숙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경제협력 요소, 위협인식 차이, 북·중과 북·러 조약 간 충돌 가능성, 북·중 안보협력의 제한성 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핵화 언급 부재를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성급히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4주제 ‘트럼프 2.0 시대 한반도의 핵문제’는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주제 발표와 정재욱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0을 19세기식 강대국 정치로의 퇴행으로 규정하며, 포스트 패권 환경 속에서 북핵이 미국의 최우선 의제가 아닌 만큼 한국의 주도적 억지와 관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ND 구상 역시 핵위협 관리와 점진적 비핵화라는 현실적 전략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정재욱 교수는 핵잠 승인을 정치적 신호로 평가하며, 10년 소요 기간, 정권 교체, 원자력협정 개정, 건조지 문제 등 실현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잠이 역내 긴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보유 자체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전략적 안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전략포럼을 주최한 이관세 소장은 “격동의 전환기 속에서 국제질서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변화의 방향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정책적 대응 과제를 모색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회였다”며 “남북관계와 통일담론,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변화, 북·중 관계 복원과 북·중·러 협력, 트럼프 2.0시대의 핵문제 등 핵심 쟁점을 다각도로 논의함으로써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외교안보 전략 수립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