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친윤’ 인요한 “기득권 내려놓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여야 “‘진영 논리’ 비판 존중, 국민 통합의길 함께 할 것”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지난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한지, 1년 6개월여 만인 10일 전격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 출신인 인 의원은 지난 2023년 10월 23일 김기현 대표 재임 시절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돼 당시 윤석열 정부 집권 여당의 내부 혁신을 이끌다 42일 만에 물러난 바 있다.
특히 인 의원은 당시 “혁신위원장으로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으나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8번 순번을 받아 당선돼 그동안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돼왔다.
인 의원은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오직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어 흑백논리와 진영 논리는 벗어나야만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 의원은 “지난 130년 동안 대한민국에 기여·헌신해온 제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 특히 인도주의적 실천은 앞으로도 제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그동안 부족한 저를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인 의원은 회견에 앞서 장동혁 대표 등과 면담했으며, 회견 후에는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치권에서는 인 의원의 사퇴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인 의원의 사퇴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 의원이) 당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헌신해오신 부분이 워낙 크기에 마음이 착잡하다”며 “훌륭하신 분과 함께 의정활동을 하며 난국을 헤쳐가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당 신동욱 의원도 “장 대표가 (인 의원의 사퇴를) 많이 만류하셨다. (인 의원이) 의료전문가로 영입됐는데 양극단의 정치 속에 본인이 생각한 정치가 제대로 안 된다는 아쉬움과 무력감을 표시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으며, 주진우 의원도 SNS에 “우리 당을 떠받치던 기둥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믿고 의지하고 있었는데, 너무 허전하다”고 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인 의원의 진단을 무겁게 받아 들이겠다. 인 의원이 지적했듯이 오직 진영만을 바라보는 정치는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고 공감하며 “정치가 흑백논리에 갇히면 국민의 삶은 회색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국회를 마비시키는 발목잡기·의사진행 방해가 더는 되풀이 되지 않고 민생과 국민통합의 길로 국회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통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인 의원은 취재진이 ‘계엄과 관련된 거취표명인가?’ ‘당 지도부와 논의가 된 것인가?’ ‘계엄을 언급한 이유가 있나?’ 등등 질문을 던졌으나 아무런 답을 않고 말을 아낀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인 의원의 사퇴로 비례의원직을 승계할 이소희 전 세종시의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39세인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은 지난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아래 여성·청년·장애인을 대변하는 인사로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영입돼 19번을 받았으나 18번 후보까지 ‘금배지’를 달며 국회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중학교에 다니던 15살 때 척추측만증을 치료하러 병원에 갔다가 의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이후 검정고시로 중등 과정을 마치고 이화여대 법학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과정을 거쳐 법조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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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