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성기자 | 2024.11.27 19:23:28
영풍이 ‘오너가 아니다’라던 장형진 고문의 고려아연 배당금 문제를 해명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스스로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자충수를 초래했다.
이러한 영풍과 장형진 고문 등의 행태는 행동주의 펀드로 대표하는 시장은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 측이 영풍과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으로부터 1조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는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았으나,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풍이 지난 26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의 핵심은 장씨 일가보다 최씨 일가가 배당금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것.
그런데 업계는 이런 주장이 영풍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통해 받은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금 규모는 빼놓았다는 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영풍은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전제로 장형진 고문 및 장씨 일가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투자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고려아연 사태 이전부터 지켜본 투자자와 관계자들은 장 고문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영풍그룹의 ‘사실상 총수’이며,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와 각 계열사들이 장 고문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보도자료는 앞뒤 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장씨 일가를 옹호하고 최씨 일가를 비판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장씨 일가가 개별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을 텐데 영풍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결국 영풍 스스로가 장 고문이 ‘총수’라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보도된 영풍과 장씨 일가가 지금까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1조1300억원의 배당금은 주식회사 영풍을 비롯해 장씨 일가 지배하고 있는 테라닉스 등 계열사와 장 고문을 비롯한 10여명의 오너 일가가 받은 돈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영풍이 챙긴 배당금은 8819억원이다. 이는 현재 약 7000억~8000억원을 오가는 영풍의 시가총액 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다. 정상적인 회사 경영을 통해 얻은 수익보다,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을 통해 ‘앉아서 번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장씨 일가와 영풍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겨주면서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매달리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연을 비롯한 대한민국 비철금산업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 보다 고려아연을 통해 거둬들이는 막대한 규모의 수익금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 행동주의 펀드는 영풍에 대해 “영풍은 순자산의 90%가 고려아연 지분과 서울 중심부의 빌딩으로 구성되어 그 자산의 퀄러티가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사실상 제일 싸게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이례적인 최하위 평가에는 영풍의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정책에 대한 자본시장의 큰 실망감이 원인이라고 판단된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영풍의 강성두 사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소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 된다. 그게 주주를 위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영풍이 지난 10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지속 보유 중인 6.62%의 자사주를 보며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장형진 고문은 지난 10월 열린 환노위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김태선 의원이 “장 고문은 오너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에 장 고문은 “저는 오너가 아니다. 영풍에 주식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