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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국역 100년 헌법 조형물과 평화, 그리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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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10.29 09:13:34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 있는 100년 헌법 조형물.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에 서울 종로에 있는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를 방문했다. 현대카드의 전용 서체인 유앤아이의 20년 여정을 정리하는 아카이브북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는 서울 지하철 안국역 근처에 있는데, 인근에 헌법재판소와 현대건설 본사, 정독도서관 등이 자리해 있다. 안국역은 현대건설이 역명을 병기하고 있는데, 이곳에 우리나라 100년 헌법 조형물이 있었다.

안국역 안에 조성된 전시 공간에 ‘우리 헌법은 100살이 되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이 1919년 4월 11일에 태어났고,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을 사용한지 30년째 되는 1948년 7월 17일에 태어났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4·19혁명이 숨을 쉬고 있는 인권선언이자 주권선언이며 민주헌장이라는 글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국가명칭이 변경되고, 미국과 일본의 가쓰라 태프트 밀약 등에 의해 일본이 조선을 불법적으로 강제 병합하는 경술국치 이후에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칭을 사용하고, 이때 만들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헌장을 현재 우리 헌법의 기준으로 보고 100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반도의 온당한 주권은 대한민국에 있을 것이다.

 

광복 이후에 우리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등에 의한 신탁통치와 분단이 결정되고,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오랫동안 다른 체제를 달려왔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먼저 침략한 6·25전쟁으로 분단과 대립이 고착되었는데, 2024년의 시점에서 남한과 북한을 바라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제대로 계승한 것은 남한이라고 보는 관점이 윤리학적으로 온당할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세계 10위권 규모의 GDP를 일군 대한민국의 효율성이 더 나은 상태라고 보는 것도 자명할 것이다.

 

안국역에 있는 100년 헌법 조형물. (사진=손정호 기자)

이효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라는 책이 있다. ‘통일 헌법의 이해’ 등 통일 법률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연구하고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헌법학자이다. 이효원 교수의 책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을 이어받은 현재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 인권 등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경제적 성장을 이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효원 교수의 ‘통일헌법의 이해’라는 책을 읽어보면, 북한은 사회주의 법이론에 기초한 법률 체계를 만들어왔다. 국가를 계급 투쟁의 산물로 파악하고, 부르주아 계급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국가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를 법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증권 시장, 영국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긴 역사의 자본주의가 아동 노동 착취,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빈부 격차 등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독일의 칼 마르크스가 사회주의 사상을 철학, 경제학적으로 정립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극단적 사회주의의 종착점은 소수 정치권력의 독재, 생산성 저하와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석 삼대 세습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의 사회주의와 비교해 진정성과 효율성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형태의 왕정, 독재 공고화와 다르지 않았다.

한반도 리스크는 6·25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도 계속 높아지면서 가장 비민주적이며 비효율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2개의 전쟁이 발발해 주검이 실려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잔치를 할 수 없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 소설가,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지만 군사력 증강에만 몰두하는 북한의 비논리적인 도발을 동시대에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와 평화에 대해 생각했다. 먼 빛일까.

안국역 100년 헌법 조형물에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소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민국 헌법 개정 역사 자료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1689년 만들어진 영국의 권리장전, 1776년 쓰인 미국의 독립선언문, 1919년 작성된 우리나라의 기미독립선언서 등에 대한 자료도 볼 수 있었다. 절대적 권위자와 독재자를 부정하고, 개인의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인류는 오랫동안 여러 방향에서 달려왔다. 이런 노력이 동유럽과 중동, 한반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균열을 봉합하길 기도해본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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