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식탁 위에 차려진 흥미로운 음식 인문학 이야기를 다채롭게 엮은 신간 도서 '부산미각'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식당 및 여행 가이드북인 '미쉐린 가이드'에 부산 식당들이 이름을 올린 데 이어 글로벌 미식도시 부산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부산대학교는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학연의 인문학자 14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부산의 음식 이야기를 풍성하고 다채롭게 들려주는 책 '부산미각'(문학동네, 2024.5.3.)을 최근 펴냈다고 9일 밝혔다.
'부산미각'은 전체를 △탕 △해물 △고기 △면 △간식 △안주 △주류 등 7장으로 나눠 재첩국, 완당, 고등어, 대구, 암소갈비, 밀면, 구포국수, 고구마, 동래파전, 금정산성막걸리 등의 19가지 부산 음식을 다룬다. 옛 한자로 된 동아시아 문헌 분석을 통해 같은 식재료의 동아시아 비교문화도 담아냈다.
부산 음식에 대한 책들은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동아시아 비교문화의 시각에서 부산의 식재료를 분석하고 이동과 전파를 담은 책은 거의 드물었다. 이 책은 부산이라는 공간이 동아시아의 음식문화에 있어서도 허브도시라는 점에 근간한다.
'부산미각'은 부산의 음식을 통해 한·중·일 동아시아의 역사를 맛보고 즐기는 책이다. 부산에서 오래 살며 음식을 먹고 자란 인문학자 14명이 ‘부산의 맛’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알찬 지식과 함께 풀어냈다.
부산은 개항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쳐 한국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재첩국은 낙동강 하구의 재첩으로 만들었고 꼼장어는 일제강점기부터 먹기 시작했다. 밀면은 피란민들이 부산에서 냉면을 만들 때 밀가루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고등어 추어탕도 부산의 특별한 음식이다.
대륙과 해양 문화가 만나는 허브로서의 부산의 모습도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완당은 중국의 훈툰에서 기원한 음식으로 일본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연양갱은 일제강점기 한천 사업과 관련 있다. 오뎅은 어묵탕을 의미하나 부산에서 새롭게 변화했다.
부산의 정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정구지(부추)를 넣고 흰밥 말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온몸에 전해지던 재첩국의 따뜻한 온기, 부산에서 올라가 임금님의 허기까지 달랬던 대구, “우리가 넘(남)이가!” 의리와 거친 생활력을 고스란히 품은 꼼장어, 마음까지 다독여 주던 흰 겨울 화로통에서 꺼낸 군고구마 한 봉지까지 부산 음식을 더욱 즐겁고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음식 지면별로 과거와 현재의 부산과 우리네 삶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그림을 실어 생동감을 살린 점도 특이하다. 목차 또한 부산의 여느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판 스타일로 구성해 대중인문학서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대표 저자인 최진아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부산미각'으로 인해 부산이라는 장소성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이 책을 바탕으로 대중인문학 강연 및 글로벌 교육콘텐츠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현재 ‘부산 식탁 위의 동아시아’라는 제명으로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대를 대표하는 동아시아 인문학의 새로운 영역과 힘찬 시도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