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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월급쟁이 삥뜯는게 개혁? 국민연금 개악(改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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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4.06.03 12:57:13

종부세·금융소득세 폐지? ‘부자감세’ 철회하길
세수 확보해 연금에 공적자금 투입 준비해야
급여생활자에 부담 전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개혁취지에 안맞고 미래세대 반발만 불러올뿐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연금개혁안은 한 번 만들면 최소 70년을 끌고 가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성과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고, 다만 제 임기 안에는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다” (尹대통령,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국민연금 개혁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공은 이제 새로 개원한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가 2년 전인 2022년 7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최근까지 12번 회의만 열다 아무 성과없이 22대 국회로 넘긴 것이다.

연금개혁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정치권에서 ‘폭탄 돌리기’ 사안처럼 취급된 이유는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논의의 첫출발이 ‘더 내고 더 받기(소득보장론)’와 ‘더 내고 그대로 받기(재정안정론)’ 중 하나를 택하자는 것이었다.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늘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소득보장론)이 채택됐지만, 이는 국회 논의에서 다시 소득대체율 43~45%로 쪼그라들었다. 이나마도 여야 합의가 안돼 무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43%, 야당인 민주당은 45%를 주장하다 파행에 이른 것.

공론화위원회는 소득대체율 50%가 애초부터 가당치 않은 수치였음에도 50%를 할 것처럼 여론을 조장했고, 국회는 이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국민을 우롱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각자 동상이몽 하다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는 어느 안이 선택되든, 연금은 조기에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70년 대계(大計)’는커녕 당장 7년 후에 어찌될지 모른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지난 4월 KBS 방송국에서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지 결정하는 숙의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KBS 유튜브 캡처)

국민연금은 1988년 설계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평균수명을 70세로 잡았고 3%의 부담으로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고령화와 경제생산인구 감소 추세로 적립금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2041년부터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5년 전 추계 때보다 소진 시점은 2년 빨라졌고, 적자 전환 시점은 1년 앞당겨졌다.

더 큰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이었는데, 지난해는 0.7명으로 급락했다. 올해는 0.6명대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0 미만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에서 더 앞당겨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다 보니 젊은층 사이에는 “뼈 빠지게 보험금(연금) 내고 나이 들어서는 타 먹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어린이·영유아는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로 소득의 절반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 재정 한계 도달…공적자금 투입 서둘러야



이처럼 구조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온 만큼 유일한 해결책은 국가재정 투입 뿐이다.

2022년 OECD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지출액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초연금·공무원연금 등에 쓰이며 정작 국민 60~70%가 가입된 국민연금에는 전혀 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GDP의 일정 부분을 매년 연금 재정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 4월 국회 앞에서 ‘안심하고 은퇴할 권리’를 주장하며 국민연금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물론 연금에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 나라 살림살이 전반에 부실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조세정책 강화, 국채 발행 등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일정규모의 국민연금 채권을 발행해 연금 재정을 미리 적립해두는 식이다. 필요하다면 법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부동산 부양을 위해 관련 세금을 낮추고 있는 등의 ‘부자 감세’는 미래세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축소, 공시지가 현실화 철회(재산세 감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정책들은 국가재정을 부실하게 만들고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재정 적립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재정을 투입해도 생산인구 자체가 줄어든다면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보급, 양질의 영유아 보육시설 확충, 일·가정 병립 제도 확대 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연금 재정 적립과 함께 저출산 대책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하다.

이런 혁신적인 대책 없이 월급쟁이 주머니에만 기댄다면 개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야인시대 동대문파 이정재가 상인들 보호비(당시 세금이라 명명) 올리면서 ‘세재개혁’이라 하는 것도 아니구. 22대 국회는 부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연금개혁에 임하기 바란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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