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시즌2’ 대비 기선제압용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
당권 재도전, 당원권 강화 포석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21대 국회 임기종료를 불과 5~6일 앞둔 시점에서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미 여야 협상이 결렬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21대 임기 내에 결론짓자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 폐원이 코앞인 때에 이런 상황이 펼쳐진 건 헌정사에서 이례적이다. 이 대표의 진짜 속내는 뭘까? (CNB뉴스=도기천 기자)
24일 현재 민주당은 일명 ‘채상병 특검법’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자는 법안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공이 넘어온 상태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건 직후 대통령실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군 수사기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안 재의결을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 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범여권 115석(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 가운데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재의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탈표를 기대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무기명 투표인 점을 강조하며 ‘양심에 따른 표결’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여당 지도부에서는 상대 당의 분열을 획책한 행동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물 건너간 ‘연금개혁’, 왜 꺼냈나
또한 이재명 대표는 사실상 무산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다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되도록 정부·여당이 결단해달라고 촉구하면서 민주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5%는 윤석열 정부의 안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는 원래 윤석열 정부에서 제출했던 안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좋다, 받겠다’고 했는데도 논의가 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 합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가 밀도 있게 대화해서 합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국민연금 개혁안 모두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유의동·김웅 등 3명 뿐이다. 여권에서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재의결이 성사된다. 찬성 입장을 밝힌 김웅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10명 정도 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7표에서 한참 모자란다.
국민연금 개혁안은 이미 여야 연금개혁특위에서 합의가 무산된 터라 21대 국회 임기가 5일 남은 현 시점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조국혁신당 대비해 ‘집안 단속’
그럼에도 이 대표가 초강수를 둔 것은 22대 국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포석(布石)으로 해석된다.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17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이 두 자릿수까지 늘어난다면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 여당의 이탈표 규모는 22대 국회에서 전개될 ‘특검 시즌2’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향후 추진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추진할 동력의 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대표의 현재 행동은 당내 문제를 수습할 카드로도 유효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강경파인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낙마해 강성당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불만을 표출하며 탈당한 권리당원이 현재까지 2만여명에 이른다.
이에 내분을 수습하기 위한 카드로 이 대표가 강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오는 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 연임론에 힘이 실리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당지도부가 전당대회에 대비해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한껏 높이는 쪽으로 전당대회 룰을 개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윤석열 검찰독재 종식’ 등 강력한 구호를 내건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12석 의석으로 ‘개혁의 쇄빙선’ 역할을 자처한 만큼, 자칫 민주당이 선명성을 의심받을 경우 이 대표의 지지기반인 소위 ‘개딸’들이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24일 CNB뉴스에 “대규모 탈당사태, 조국혁신당의 약진 등으로 인해 이 대표로서는 집안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강성당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22대 국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의 일환으로 강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