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호가=집값? 부동산원 신뢰 추락
난해한 부동산 용어들 이해 쉽게 바꿔야
尹정부는 前정부 탓만 말고 대책 내놓길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매수우위지수가 지난주에 비해 낮아졌어요. 매수자우위시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루가 머다하고 발표되는 각종 부동산 통계 지표들에 사용되는 용어가 난해하고, 통계 수치가 지표마다 달라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가령, 매수우위지수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은지 사려는 사람이 많은지를 측정한 지수인데, 보통 100 이하면 매도 우세, 100 이상이면 매수 우세로 판단한다. 매도 우세라는 말은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고, 매수 우세는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와 함께 쓰이는 용어가 ‘매수우위시장’ ‘매도우위시장’이다. 매수우위시장은 쉽게 말해 매수자가 ‘갑’인 시장이다. 매도자가 많다보니 ‘손님(매수자)이 왕’이란 얘기다. 반대로 매도우위시장은 사려는 사람(매수자)이 많아 팔려는 사람(매도자)이 ‘갑’인 시장이다.
여기까지 언급된 단어들을 종합하면, 매수우위지수가 낮을수록 매수우위시장, 매수우위지수가 높을수록 매도우위시장이 되는 것이다.
상당히 헷갈린다. 매수우위지수가 높아야 매수자우위시장 아닌가? 그 반대라니.
부동산 통계에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사례는 이뿐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오후에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령,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집값은 전주에 비해 0.01% 하락했다. 내집 시세가 10억이라면 고작 100만원 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하락기에는 시장에 팔려고 내놓으면 수천만원을 내려도 팔기가 쉽지 않다.
이는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위주로 통계를 내기 때문이다. 가령, 한 지역에 100채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평균 호가가 10억이라고 치자. 그러면 100채의 총액은 1000억이 된다. 그중 한 채가 9억5천만원에 팔렸다면 총액은 999억 5천만원이 되므로 0.05% 내린 것으로 잡는다.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 기준으로 통계를 내니 이런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주식거래에는 이런 착시가 없다. 가령, 1주당 10만원 하는 삼성전자 주식이 9만5천원에 매매되고 그후 거래가 없다면 시장가는 5% 내린 9만5천원이 된다.
호가 위주로 통계를 내게 되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예를들어 중개업소와 매도인이 담합해 얼마 이하로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게 곧 시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나온 통계가 주택매매가격지수다. 아파트, 단독주택 등의 평균적인 매매가격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보다 더 정확한 실거래가격지수도 있다.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신고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변동률을 파악한 지수다. 단, 아파트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어쨌든 문제는 가장 권위 있는 한국부동산원이 주택매매가격지수, 실거래가격지수는 배제한 채 호가 위주로만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발표하고 있어, 시장과 괴리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차라리 ‘호가지수’라는 걸 새로 만들고, 여기에 실거래지수 매매가격지수 매수우위지수 매물증감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을 추가해 발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헷갈리는 용어들(매수우위지수, 매도우세, 매수우세, 매도우위시장, 매수우위시장 등)의 정비도 시급하다.
이렇게 되려면 매주 발표하는 ‘부동산 동향’을 월 단위로 바꿔야 한다. 여러 지표를 종합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주 단위 발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사실 지금처럼 일주일 단위로 부동산 동향을 발표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전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만큼, 집값 통계의 적절성은 매우 절실하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며 대대적인 조사·수사를 벌였지만, 정작 통계방식과 기준 등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내놓진 못했다.
집값 왜곡을 근원적으로 막는 일은 통계의 적절성·신뢰성을 세우는 데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판단해 보라 지금 집을 살지 말지를. 통계가 다양하고 정확해야 지금보다 판단이 쉬울 것이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