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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아침이 밝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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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4.01.15 11:15:50

(사진=연합뉴스)

갑진년(甲辰年) 새해다. 청룡의 해인 만큼 대한민국도 국내외적으로 한껏 비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새해를 맞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각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고 어려운 현실을 딛고, 희망찬 새해 목표를 세우고 경영 방향을 설정한다. 이런 가운데 4대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무엇보다 ‘상생’을 앞다퉈 내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경쟁과 생존’으로 보다 나은 이익 달성이 아닌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례적이다.

‘상생’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속되는 경제불황 속에도 은행들은 외려 역대급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차익(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 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이에 야당발 횡재세 도입 추진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 은행권에서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국내 20개 모든 은행의 참여를 통한 사상 최대인 ‘2조원+α’ 규모다. 2023년 12월 20일을 기준으로 은행 대출을 이용해온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금리 4%를 초과해 낸 이자의 최대 90%까지를 한 명당 최대 300만원까지 오는 2월부터 환급을 개시할 예정이다.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인당 평균 85만원이 돌아간다.

은행권은 총 1조6000억원의 이자환급을 시행하고 남은 4000억원을 1분기 중 전기료·임대료 등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에게 폭넓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은행 팔을 비틀어서 나온 지원책이긴 하지만, 이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경기회복도 지연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으로 2분기 1043조2000원억 대비 9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 취약차주는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 합이 3개 이상인 차주)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자인 취약차주는 38만90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대출잔액은 116조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차주 수 및 대출잔액 기준으로 각각 12.4%·11.0%로, 2022년 말(11.0%, 9.8%) 대비 확대됐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1.24%로, 2022년 말 0.69%에 비해 0.55%포인트 상승했다.

사정이 이런 와중에 은행발 이자환급은 환영할 만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성실 상환자임도 대출이자를 적게 내는 자영업자 그리고 직장인 등이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저신용자 등 2금융권 이용자들도 배제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냉철히 따져보면 ‘상생’은 반강제적이라고 할지언정 왜 은행권만 외치고 있는가. 모든 책임과 원흉을 은행에게만 지우고 있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와 늘어나는 가계 빚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정치는 그동안 무엇을 보여줬는가. 정치권이 국민을 향해 부르짖어야 하지 않는가. 그들만의 권력·이권 다툼에 오로지 본인들의 진영만 잘되길 총선거 굿판만을 벌이고 있다.

그들만의 상생이 아닌 전 국민을 향한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최우선 순위에 국민이 올려져 있어야 한다. 민생에 안정을 주고 희망을 싹틔워주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소멸돼 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1875조6000억원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 0.2% 늘어났고, 전기대비로도 0.8% 증가했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8.86%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89.4%에서 점점 수치를 높여 2023년 2분기 기준 101.7%다. 이는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성장을 저해하고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운다.

이처럼 폭탄을 머리에 얹고 살아가는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가계부채 비율을 2027년까지 GDP 대비 100%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전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고 면밀한 관리를 이어나간다는 것.

또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차주의 미래 상환능력을 감안하는 대출 관행을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서민·실수요층의 자금애로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차질없이 시행키로 했다. 추이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신생아특례대출·청년주택드림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다시 “빚내서 집 사라”로 부추기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상반된 정책 기조로 혼란하다.

각설하고, 올해에는 남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또한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제발 민생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일을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되길 바란다. 퇴행이 익숙해져 간다. 빚에 허덕이는 삶이다.

이자를 깎아줄 것만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 즉, 소득이 증대되도록 정책·제도가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국민이 평강해야 나라가 안존하다. 용사비등(龍蛇飛騰)의 한 획을 긋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한다.

새로 밝아 오는 날의 아침. ‘새아침’은 밝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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