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학진학률 갈수록 낮아져
대학졸업장 대신 실무테스트 채용
재무·회계 등은 AI 로봇에게 맡기고
세계석학 강의 어디서든 무료 수강
‘세계미래보고서(2021)’에 따르면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10년 이내에 미국의 대학 절반이 폐교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2023)에서는 그보다 더 빨리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하여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고의 교수들과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빙하여 수백, 수천 명을 상대로 강좌를 개설하는 온라인 대학과 거의 무료인 무크(MOOC)의 영향으로 대학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미 하락 추세에 돌입했는데, 팬데믹이 이의 하락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내셔널 스튜던트 클리어링하우스 리서치 센터(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 Research Center)에 의하면, 2018년 말 미국 총 대학생 등록 수는 1800만 명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러한 수치는 2011년의 정점에 비해 200만 명 이상 감소한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전국적인 등록은 주립대학, 커뮤니티칼리지, 사립대학교 등 모든 부문에서 약 11퍼센트나 감소했다.
또한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보고했듯이 고등연구기관 심슨 스카보로(Simpson Scarborough)가 2021년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10퍼센트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 민족 고등학생의 41퍼센트(2년제 대학 포함)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거나 아직 미결정한 상태라고 답했는데, 이는 백인 고등학생이 24퍼센트만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도 대학진학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진다는 측면에서는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2021년 기준으로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수도권이 95.7퍼센트인 것에 비해 호남과 제주권은 82.2퍼센트, 충청권은 81.8퍼센트에 그치는 등 비수도권 대학 중 위기에 처한 한계대학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 예상 추이를 보면 약 12만 명에 이른다. 이미 지방대학은 입학처장과 입시담당 직원들이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고3 담임교사들에게 학생을 보내달라고 통사정하는 형국이다. 학생들이 없어서 문을 닫는 대학의 붕괴 도미노는 2024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18세에서 24세 인구는 2020년 400만 명 이상이었다가 2030년 250만 명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특히 2035년에는 약 17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대학 재적 인구가 2044년에는 1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30년 전부터 예견된 사안인데도 뚜렷한 대안 없이 최악의 감소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대학뿐만 아니라 국외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인구학적 위기를 전혀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변수가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이 온라인 비대면 교육으로 대체됨으로써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온오프라인의 경계와 더불어 교육의 한계도 넘어서면서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양질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과목별 수업료를 별도로 책정하고 인공지능 조교를 두는 등 그야말로 인공지능 맞춤형교육으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학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을 리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함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도 최근 대학졸업장 대신 코딩 테스트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곧 일하는 데에는 학위가 필요 없으므로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시하겠다는 암시다.
학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대학졸업장이 무용지물인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 CEO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MBA과정도 최근에는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 디지털 등의 기술발전과 온라인 프로그램의 급성장으로 타격이 상당하다. 이제 학생들은 고가의 MBA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코세라(Coursera), 무크(MOOC) 등을 통해서 전 세계 석학들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또한 MBA과정의 주요 분야인 재무, 회계, 마케팅 등은 AI 또는 AI 로봇에 의해 충분히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등록금이 점점 인상되면서 학자금 대출 역시 그 규모가 커져가고 있지만, 대학이 모든 학생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오늘날 대학졸업자들은 학비를 마련하느라 많은 빚을 진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하지만 상당수는 굳이 졸업장이 필요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무엇보다도 미래는 AI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할 것이기에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되는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연구소장)